전세계 브라운관(CRT) 유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LCD TV의 약진으로 브라운관 TV 시장이 위축되면서 CRT 유리 수요가 점차 감소해서다. 올초 일본 유리 업체들이 CRT 유리 수요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줄인데 이어 최근 국내 유리업체들도 일제히 감산에 들어갔다. 올해를 정점으로 브라운관 유리 시장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유리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RT 유리업계 잇단 감산 국내 CRT 유리업계의 양대 축인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는 지난달부터 감산을 시작했다. 한국전기초자는 지난달 27일부터 경북 구미에 있는 18개 생산라인(전면유리 12개라인,후면유리 6개 라인) 중 전면유리 1개 라인과 후면유리 2개 라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전체 유리 생산량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코닝도 지난달부터 감산에 착수했다. 삼성코닝은 라인 가동을 멈추는 방법 대신 용해로에서 생산된 유리 중 일부를 다시 용해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전체 생산량의 20%가량을 줄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이미 올초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전세계 CRT 유리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현지의 생산량을 30% 가량 줄인데 이어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동남아 라인에서도 10%가량 감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전기초자(NEG) 역시 올 상반기에만 20% 가량 감산했다. 특히 일본전기초자는 올 연말까지 일본 내 13개 CRT 유리 생산라인을 철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수요 급감이 주 원인 CRT 유리 업계가 감산을 단행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판도 변화 때문. 몇 년 전까지 전세계 TV·모니터 세트 시장의 90%를 차지했던 CRT 제품은 지난해 이후 LCD와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이 나오면서 현재는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SDI 등 모듈 제조업체에 따르면 전세계 브라운관 TV와 모니터는 2003년 2억2800만대에서 2004년 2억4000만대로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는 2억1000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TV·모니터용 CRT 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CRT 유리 수요도 지난해 약 2억6000만대에서 올해 2억300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생산비용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방안과 LC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전기초자가 올해 일본 내 라인을 철수하고 대신 중국 등 동남아 시장으로 라인 전환을 하기로 한데 이어 한국전기초자도 중국에 3개 라인을 증설 중이다. 삼성코닝도 장기적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라인을 주력 생산기지로 삼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또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일본전기초자 등은 LCD용 유리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