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한 학생이다." 블루오션전략을 창시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김위찬 교수(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는 25일 오후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블루오션전략 창시자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르네 마보안 교수와 나를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라고 치켜세워 주기도 하지만 나는 늘 '낮은 포복'을 하는 자세로 공부하는 학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 경전인 '탈무드'에 보면 1학년을 철학자,2학년을 교수,3학년을 학생으로 비유한다"며 "학생이 가장 큰 지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보안 교수와 함께 올초 낸 책 '블루오션전략'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자신들이 너무 인기 있어 걱정이라며 "요새 시쳇말로 방방 뜨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경계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블루오션전략을 펴내기 전에는 세계 10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중 책을 안쓴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며 "학계,언론계에서 비아냥도 받았지만 시간을 두고 연구해 내용이 충실한 책을 출간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연합 등 어디에 가도 귀빈 대접을 받고 국내에서도 최고의 기업에서 강연했다"며 "오히려 과도한 칭찬으로 인해 성장을 못 하고 난쟁이처럼 쪼그러드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경영 구루에 오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미국 유학을 간 것은 그저 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간 것"이라며 "영어도 잘 못하고 머리도 평균보다 좋지 못해 많은 고생을 했다"고 술회했다. "미국 학생들은 체력 관리를 위해 한바탕 수영을 한 뒤에도 10장의 리포트를 단숨에 쓰는데 나는 문장 몇 개를 만드는 데 며칠씩 걸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외에서 생활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경상도 사투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 세월 동안 내가 배운 것은 고통 없이는 절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의사가 돼서 수술하게 되면 제일 두려운 수술 대상이 바로 어머니"라고 답했다. "정말 많은 수술(컨설팅) 경험을 쌓아서 자신이 붙을 때 조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수술 칼을 대고 싶다"고 덧붙였다. 언론으로부터의 인터뷰 요청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는 그는 "그 역시 모국이라서 더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며 "1년 정도 공부를 더해 검증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이력이나 고향 등이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나는 촌놈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평소에도 "고향이나 대학을 묻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생각과 사상이 중요하지 고향이나 출신 학교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자주 말한다.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는 1주일여의 이번 방한 일정 동안 삼성전자 LG전자 신한금융그룹 등에서 강연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 교수는 잠을 두 시간씩 밖에 못 자 입술이 다 부르텄다. 지인에게는 "왜 책을 써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내년에도 열혈 학생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글=송대섭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