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방에 묻힌 결산질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6월 전년도 정부 예산에 대한 결산 심사를 정기국회 이전에 마치기로 합의했다.
정기국회 기간 중에 심사가 이뤄지던 관행을 바꾼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나라살림 '씀씀이'를 제대로 한번 살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정기국회 때 의원들이 국정감사,일반 법안 심사,대정부 질문,다음해 예산안 심사 등에 중점을 두다 보니 결산 심사는 자칫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게 과거의 일반적인 예다.
따라서 부실심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3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실시된 국회 예결위의 대정부 종합질의는 여야의 '조기결산 심사' 의도를 무색케 했다.
결산과는 동떨어진 질의가 숱하게 쏟아졌다.
임시국회나 정기국회 때의 정책질의와도 차별화되지 않았다.
감정 섞인 설전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장섰다.
최병국 의원은 '8?15 남북 민족대축전'때 나온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을 비판한 뒤 "안보 상황이 튼튼하다는 어떤 선언이라도 한번 해 주십시오.국방부장관!"이라고 요청했다.
최구식 의원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지난 17일 과기정보통신위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특권층 중에서도 특권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시장?대권 후보 운운 하는 소리까지 나온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회적 비판에 나섰다.
이종구 의원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전윤철 감사원장과 '책임 공방'을 벌였다.
급기야 정두언 의원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서울시 '뉴타운'사업을 둘러싸고 "당신,무슨 얘기를 하나" "당신이라니…" 등 격한 발언들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불법 도?감청과 관련한 이른바 'X파일'사건 추궁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결산 관련 질의는 시간에 쫓겨 서면으로 대체하기 일쑤였다.
심사를 제대로 한 의원들도 있었지만,이들의 목소리는 공방에 묻혀 빛이 바랬다.
이날 자정을 넘겨가며 10시간 넘게 질의를 벌인 의원들은 서로 "잘~했어,고생했다"라고 격려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웠다"는 말을 여야 의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