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까운 12%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한.일 양국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일본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올해 전 산업에 걸쳐 11.6%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전망한 우리나라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6.3%로 일본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지난 6월 주요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 비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9%로 전망됐다. 일본의 제조업 설비투자 내역을 보면 신형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제품 고도화,초박형 디스플레이 증산투자가 주를 이뤘으며 비제조업 설비투자는 제3세대 휴대전화와 광섬유망 증설, 전력의 안전공급과 수송을 위한 투자가 많았다. 투자목적별로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가공 조립형 산업을 중심으로 신제품이나 제품고도화를 위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으며 화학, 철강, 일반기계 등 소재형 산업을 중심으로 합리화와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도 증가세다. 연구개발 투자도 금액기준으로는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전기기계, 자동차, 화학분야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설비투자는 1992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래 1995∼1997년과 2000년의 단기적 경기회복기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03년부터 회복추세가 시작돼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1년 거품붕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던 비제조업 설비투자도 올해 플러스로 전환돼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비제조업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본기업들의 지난해 현금 흐름(Cash Flow) 중 설비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였으며 올해는 78.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해외투자도 전년대비 18.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성춘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일본팀장은 "일본기업들은 최근 신제품과 제품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등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이에 대응하는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상 한.일 양국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일본기업들은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고 에너지 소모가 큰 화학, 철강 등 소재형 산업에서 생산과정의 효율화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일본같이 원유, 광물,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