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팔리든 말든 우리는 파업"..쌍용차 적자에도 노조 파업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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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례나 임금협상을 벌였는데 정작 임금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봤어요.
임금과는 무관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 등을 놓고 입씨름만 되풀이했죠."
쌍용자동차 관리부서의 한 팀장은 23일 "회사 경영실적이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회사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노조는 무리한 요구사항만 늘어놓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며 혀를 찼다.
실적악화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쌍용차에 이날 또하나의 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가 파업을 벌여 일부 차량이 출고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하루 부분파업을 했다.
경기도 평택 공장의 부품도장 일부 라인과 안성 출고사무소 등의 노조원 100명가량이 일손을 놓았다.
파업 여파로 이날 출고될 예정이었던 뉴체어맨 로디우스 코란도 카이런 등 300여대가 출고되지 못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부분파업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경영실적 악화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월 임금 11만9326원(기본급 10%) 인상과 정년 58세 고용보장 특별협약 체결,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는 주력 차종인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시장 침체로 올 상반기에 333억원의 영업손실과 685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2001년 이후 4년 만의 적자다.
임·단협 협상을 진행중인 현대자동차와 임금협상을 해온 기아자동차의 노조도 민주노총 일정에 맞춰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파업 찬반 투표를 마친 현대차 노조는 24일 오후 투표결과를 공개하면서 파업 돌입 선언과 함께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이 회사 노조는 △임금 10만9181원(기본급 8.48%)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로 인상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 외에 소유와 경영분리 명시 등 회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토요일 특근도 거부키로 했다.
기아차 노조도 오는 26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뒤 파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노조는 기본급 10만7485원(8.4%) 인상과 성과급 300%+α지급 등의 임금요구안과 고소·고발에 따른 벌금 사측 부담 등을 내용으로 한 별도요구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종업원 1인당 생산대수와 매출액은 도요타의 58.8%와 34.1% 수준에 불과하고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기아차의 이익은 5000억원이 줄어든다"면서 "노조가 제밥그릇만 챙길 게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GM대우와 대우인천자동차 노사는 이날 '2005년도 임금협상 합의안 조인식'을 갖고 자동차 업계 최초로 노사교섭을 마무리지었다.
노사 양측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6.77%) △동종사 임금격차 해소분 6만2310원 인상(기본급 대비 4.96%, 내년 4월1일부터 적용) 등에 합의했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