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낭만과 사랑이 실종된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다운 인간이 오히려 사람대접을 못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세태속에서 인간의 구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언어구사로 마니아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이외수씨(59)가 '괴물'이후 3년 만에 신작장편 '장외인간'(해냄,전2권)을 펴냈다. 이 책은 달로 상징되는 '감성'과 '낭만'을 잃어버리고서도 아무런 어려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달의 기억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달의 실종원인을 깨우쳐 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 보름날 갑자기 하늘의 달이 사라지고 이를 발견한 주인공 헌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헌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이들의 머리 속에 '달'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헌수의 동생 찬수는 형을 정신병자로 몰아가지만 헌수에게는 오히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비정상으로만 느껴진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발디딜 곳이 없어진 현수는 마침내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현대인들은 '소망'보다는 '욕망'을 최우선가치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망'이 나도 잘되고 남도 잘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라면 '욕망'은 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이 나의 잇속만 채우는 지극히 이기적인 개념이지요. 주인공 헌수는 잃어버린 우리들 마음속의 '소망'을 일깨워 주는 인물입니다." 지난 3년간 집필을 하면서 작가는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500장 가량의 원고를 찢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믿거나 말거나'의 단서를 붙인 채 달의 지성체와 '채널링'(의식교환)을 통해 이번 작품의 집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시대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책을 잃지 않는다고 하는데 영화나 인터넷 게임 등 재미있는 놀거리가 널려있는 마당에 독서만 강조한다고 먹혀들 수 없겠지요. 요컨대 작가들이 재미와 감동으로 무장한 경쟁력 있는 책을 많이 내야 합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