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도입 퇴직연금시장 놓고 '외국계 운용사 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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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대형 운용사들이 급성장하는 국내 자산운용 시장을 놓고 일대 격돌을 벌일 움직임이다.
특히 올해 말 도입 예정인 퇴직연금과 최근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의 자금을 따내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에서 자산운용업을 벌이기 위해 속속 국내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스위스계인 크레디스위스자산운용은 이날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초대 사무소장은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지낸 이재욱씨가 맡았다.
이 신임 소장은 "당분간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고 영업 마케팅 분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향후 사무소를 운용사 수준으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스위스에 앞서 이미 올초 미국계 대형 운용사인 라자드가 국내 사무소를 설립했으며,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피델리티는 지난해 말 한국법인을 세우고 올 들어서부터 펀드를 판매 중이다.
이 밖에 네덜란드계 ABN암로는 국내 운용업 진출을 위해 현재 운용사 설립을 타진 중이며,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 중소형 운용사를 인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ING그룹 역시 국내 운용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들이 국내 운용사 설립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향후 연간 4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KIC 자금도 이들의 타깃이다.
KIC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진출해 있지 않은 외국계 투자회사들까지 KIC 자금 운용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만 10개 이상의 대형 외국계 운용사들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강신우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선진 운용 노하우와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외국계 대형사들이 속속 진출할 경우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외국계의 독무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운용사들도 그동안 시도해 보지 못한 해외투자 등에 적극 나서 운용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