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엔의 베이비 붐(일본어 단카이) 세대 퇴직금을 잡아라."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금을 겨냥한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회사는 2007년부터 본격화될 정년 퇴직자를 겨냥한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해 자금 유치 경쟁에 나섰고,여행사들은 수천만원짜리 세계일주 상품을 내놓는 등 베이비 붐 세대 퇴직금을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업계,신상품으로 승부 은행,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업계는 올 들어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고부가 서비스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스미토모신탁은행은 지난 7월부터 고객이 맡긴 금액의 절반을 3개월마다 나눠주고,나머지 금액은 10년 만기로 장기 운용해 주는 연금형 정기 예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매달 생활비가 필요하면서도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퇴직자들의 니즈를 겨냥한 것이다. 미쓰비시신탁은행은 이달부터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신형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의사 소개 및 간병 상담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즈호은행은 4월부터 금융자산 1000만엔 이상의 돈 많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미즈호 프리미엄 클럽'을 만들었다. 회원에게는 자산 운용 컨설팅,여행 및 의료 서비스 등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오미쓰이신탁은행은 3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자택을 담보로 생활 자금을 대출해 주는 '리버스 모기지'를 팔고 있다. 평가액 5000만엔 이상의 토지 소유자가 대상으로 고객들은 79세까지 매월 일정 금액을 대출받은 뒤 사망 후 은행측이 주택을 처분,융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컴닷컴증권은 5월부터 65세 이상 고객에게 주식 매매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노무라애셋매니지먼트는 베이비 붐 세대의 수요를 연구하는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관광업계,테마상품 개발 경쟁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테마관광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지난달부터 세계일주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전용 창구를 만들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6개월 일정에 5000만원이 넘는 것이 있으며 내년도 상품 가운데 벌써 만원이 된 것도 있다. 이 회사는 또 호주 등지에서 골프 및 어학연수,생활체험을 하는 장기 체재형 상품을 개발해 오는 10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 여행사는 서울이나 베트남에 한 달 이상 머물면서 가정 요리를 배우거나 전통 의상 등을 만드는 테마 상품을 선보였다. 긴키일본투어리스트는 중·장년층을 잡기 위해 무료 여행 정보지 '여행 공간'을 만들어 이달 하순부터 배포할 계획이다. 철도회사 JR는 휴일 티켓 할인 제도의 대상 연령층을 현행 남자 65세,여자 60세에서 남녀 모두 50세 이상으로 낮추는 등 판촉전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