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개성공단의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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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한국토지공사 4층 연수실 강당. 지난주 개성공단 본단지 1차 분양신청을 접수한 이곳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신청업체들이 몰려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마감일까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넓은 강당에 접수처를 마련한 토공 관계자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달 초 열린 투자설명회에 600여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번 분양은 치열한 입주경쟁이 예상됐었다.
규모가 5만평밖에 안되고 분양대상이 사전조사에서 입주수요가 가장 높게 나온 섬유ㆍ봉제ㆍ의복과 가죽ㆍ가방ㆍ신발업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90개업체만이 신청했다. 섬유ㆍ봉제ㆍ의복의 경우 6 대 1,가죽ㆍ가방ㆍ신발업종은 3 대 1 정도의 경쟁률에 불과했다.
일반공장용지가 아닌 협동화사업단지에 신청한 업체는 1곳밖에 없어 미달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까다로운 신청자격과 심사조건 때문. 정부는 시범단지때와 마찬가지로 신청자격을 자체 공장을 갖고 있고 재무구조도 탄탄한 기업들로 제한했다.
심사항목은 더 강화됐다. 보유기술력과 기업ㆍ최고경영자의 수상경력 등의 비중을 더 높였다.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량 중소기업들을 우선 입주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었다.
그러다보니 저임금의 개성공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많은 중소 영세업체들이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에 분양신청을 하러 온 중소업체들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자격미달'로 접수를 못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이라는 원대한 이상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이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출범한 공단이다. 따라서 고임금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많은 영세기업들이 입주하길 원하는 곳이다.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기업이라면 굳이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북한에 왜 공장을 짓겠는가"라며 "정부가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Y사(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창고를 빌려 여성의류를 만드는 업체) 최모 전무의 항변이 오랫동안 기자의 귓전을 맴돌았다.
송태형 벤처중기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