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자들이 16일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방문한 것은 본격적인 남북 의회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 대표단은 특히 김원기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의 국회회담 제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북측 단장인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북측 대표단과 만나 "국회도 남북관계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을 제거하고 남북협력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김 의장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예산 확보나 낡은 법률조항들을 손질하는 일,정책과 이념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여러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국론을 이끌어내는 일 등은 모두 국회만이 할 수 있다"며 "남북 국회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대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국회가 북남 간 조국통일 사업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남 화합에 크게 기여하고 북남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림 부부장은 "북남 당국은 물론이고 인민들도 교류협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유독 국회만이 멀리 떨어져 있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국회 차원의 슬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측 민간대표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역시 "과거에는 남측 국회의원들과 만나면 판판이 싸웠는데 17대 국회의원들은 대화가 되고 서로 협력하자고 말하는 등 종전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7·4 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정신을 바탕으로 손잡고 나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표들도 국회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남북이 군사회담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가 머리를 맞대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양측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도 "남북관계 특별위원회 등에서 국회회담 등 여러가지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남북 간 국회회담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김낙성 자민련 수석부대표 등도 한목소리로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