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요 수요자였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보유 외환 다변화 전략에 따라 미 국채 매입규모를 종전보다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중앙은행들이 보유 달러로 미 국채를 사들여왔으나 달러화 가치 변동 리스크를 의식,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중앙은행이 대안의 하나로 미 달러화는 물론 유로화 변동과 거의 무관하고 수익률도 미 국채보다 높은 파운드화 표시 영국 국채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16일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아시아 중앙은행을 포함한 해외 기관과 개인들의 미 국채 매입 규모는 79억달러에 그쳐 2003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보유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미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보유외환 중 달러표시 자산 비중을 본격적으로 축소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지난주 실시된 3년 및 5년 만기 미 국채 입찰에서도 중앙은행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매입이 크게 줄었다. 외국인들은 통상 입찰에서 매각되는 미 국채의 40%가량을 인수해왔지만 지난주에는 인수 비중이 25%에 그쳤다. 반면 미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영국 국채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이 매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외국인의 영국 국채 보유 비중은 24%에 달해 4년 전 16%에서 크게 높아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대신 대안으로 영국 국채 매입을 늘린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BNP파리바 은행의 외환분야 수석 스트래티지스트인 한스 레데커는 "파운드화 표시 영국 국채는 엔달러나 유로달러 환율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데다 수익률도 미 국채보다 높아 중앙은행들의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채 이외에 엔이나 유로 등의 통화로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지난 7월 중국 위안화가 절상됐으나 앞으로 추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아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여유가 생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매입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미 국채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스트래티지스트 조세프 샤츠는 "미 국채 수요 감소는 특히 5~10년물의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15일 현재 연 4.277%로 지난해 말 대비 0.055%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를 종전보다 덜 산다고 해도 현재 미 국채의 28%를 보유하고 있어 달러자산을 급매각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