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운송그룹인 한진그룹.업무 특성상 여성들의 진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빨리 버리는 게 좋다. 1990년대 까지만해도 그랬다.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이 그룹 전체 여성 인력의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성들의 입사가 급증하면서 해외주재원이나 관리자로 근무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력기업인 대한항공에선 현재 1만500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이른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2001년엔 국내 최초로 객실 여승무원 출신의 임원도 탄생했다. 대한항공 대졸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 최근 5년간 여성 인력 평균 채용 비율이 40%에 달한다. 여성 인력들은 항공기 조종사에서부터 정비사 탑재관리사 등 그동안 남성의 영역이었던 각종 직종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 여성의 진출이 어려웠던 항공 전문분야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제업무 기내식 여객 호텔부문 등에서 여성 인력들을 스페셜리스트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특히 여성 승무원들의 28%를 차지하는 기혼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진해운에서는 일부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회사가 올해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은 25명.이 가운데 60%인 15명이 여성으로 2003년(48%)과 2004년(47%)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아졌다. 한진해운에서 '여성은 차별 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사라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전무로 부임한 조양호 회장이 이후 남녀평등 경영을 끊임 없이 추구한 결과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실력대로 인재를 뽑고 배치하자"고 역설한다. 남녀 비율을 고려하지 말고 능력에 따라 신입사원을 선발하자는 의미. 한진해운에서 여성들의 약진은 신입사원 채용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여성은 배에 태우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1996년부터 모두 15명의 여성 해기사를 선발했으며 현재 6명의 해기사들이 오대양을 누비고 있다. 수년 내 여성 선장과 기관장도 배출될 전망이다. 여성들의 해외근무 기회도 확대일로다. 1997년 첫 여성 주재원을 배출한 이후 지금까지 독일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핵심지역에 11명의 주재원을 파견했다. 남녀평등 경영이 지속되면서 직급별 여성 비율도 크게 변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23%가 여성이며 과장급 이하에선 여성비율은 39%로 급증했다. 사원급의 여성 비율은 무려 46%에 이른다. 이미 해외에서 채용한 현지인력 1580명 중엔 65%가 여성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10년 후엔 여성임원들도 속출할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외국어 능력과 진취적인 기질 등을 갖춘 여성들의 지원이 매년 늘고 있어 이 비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