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꾸준히 들어오는 등 간접투자 붐 덕분이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가 작년 말 9개에서 올해는 19개로 늘어났다. 한국투신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각각 6개에서 18개와 14개로 늘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도약은 한국 증시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간접투자 붐 타고 '큰 손' 변신 한국경제신문이 15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45개 자산운용사가 5% 룰(대량 지분 보유 보고 제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 대량 보유 및 변동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지난 7월 말 현재 140개에 달했다. 이는 작년 말 101개보다 38.6% 증가한 것이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52개에서 62개로 19.2%,코스닥시장에선 49개에서 78개로 59.2% 늘었다. 10개 이상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도 3곳에서 8곳으로 늘어났다. 작년 말에는 대한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슈로더투신운용이 전부였지만 올 들어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영투신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 가세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이 같은 지분 보유 규모는 6월 말 현재 385개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외국계 펀드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하지만 주식 매입 규모와 속도가 외국계에 비해 훨씬 빨라 이런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외국계 펀드와 맞먹을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형주 '재평가'의 견인차 자산운용사의 영향력 확대는 주식시장에도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중소형주의 재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시장에서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중형주는 48.5%,소형주는 69.4% 상승해 대형주 상승률(23.7%)을 압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장기 소외됐던 중소형주들이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힘입어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사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대부분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다. 대형주는 태평양 코리안리재보험 한화석유화학 SBS 유한양행 등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이와 함께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외국 자본의 부당한 경영 간섭에 맞서 백기사(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세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실제 한국투신운용은 작년 말 소버린자산운용과 헤르메스펀드 등 외국 자본의 국내 상장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대다수 투자자에게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경영 간섭에 대해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주용석·김진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