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 룰라 탄핵 위기 ‥ 브라질 야당, 공동 발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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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패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될 위기에까지 몰렸다. 브라질 언론은 2002년 대선 당시 룰라 캠프로의 비자금 유입과 야당에 대한 불법자금 제공 등 비리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야당 의원들이 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룰라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비리 혐의자 처벌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의 정면 돌파에 나섰다. 브라질 정가에서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탄핵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당분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탄핵 현실화되나
2002년 대선 유세기간에 집권 노동자당(PT)의 비밀계좌로 300여만달러가 입금됐다는 정치광고회사 관계자의 의회 증언이 나온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노동자당이 법안통과를 위해 80여명의 야당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룰라 대통령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폭로가 제기되자 룰라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제 디르세우 전 정무장관이 즉각 사임했지만 야당은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을 이끌어갈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으며 현 정권은 사실상 끝장났다"며 연일 공세를 강화했다. 브라질 시사주간지 베자는 "룰라 대통령이 야당의원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작년 초부터 알고 있었다"며 "사실을 알고도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련의 폭로가 사실로 확인되면 최악의 경우 PT의 정당등록이 취소되거나 정당활동이 중지될 수 있으며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룰라의 대통령직 유지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12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성명에서 "정부와 여당의 실수에 대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사용해 비리 관련자를 가려내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가족들 모두 조사를 받겠다고 강조,현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견조한 경제상황은 룰라의 '원군'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 의원들의 움직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호전된 경제상황이다. 2003년 1월 룰라 대통령 취임 후 브라질 경제는 순항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야당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한때 '좌파의 상징'이었던 룰라는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 재임기간 중 연간 재정적자 폭을 이전 정권의 4분의 3이나 줄여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8%로 낮췄다. 견조한 회복세를 반영,브라질 통화인 레알의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에 비해 12.2%나 상승했고 브라질 주가지수도 13%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이전 정권의 절반 수준인 연 6.57% 수준으로 낮아졌다. NYT는 "룰라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다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야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국·장경영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