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로 불리는 일부 완성차 업계 노조의 파업 수순 밟기와 명분 찾기가 한창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1일 열린 16차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하루 만인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노조측은 16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하고 조정기간이 끝나는 23~24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도 16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조정 신청을 결의할 움직임이고 쌍용차 노조 역시 지난 10일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다. 끝없이 치솟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극심한 환율 변동 등으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5%와 85.5%나 각각 급감했다. 쌍용차는 4년 만에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내수시장은 전통적인 '신차 효과'마저 사라질 정도로 해동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GM 포드 등 메이저 업체들의 헐값 판매로 시장 점유율 유지에도 위협을 받고 있는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업체 노조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 외에 △소유와 경영 분리 명시 △해외공장 신설 때 노사 심의·의결 △정년 58세에서 60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벌금을 회사측이 대신 부담하고 경영혁신운동(6시그마운동)을 철폐하라고 주장한다. 쌍용차 노조는 전 직원을 정년 때까지 고용하겠다는 '평생고용보장특별협약'을 체결해 법원공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노동계에서도 귀족노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채용비리와 부품반출 비리 등으로 도덕성에 먹칠을 한 완성차 노조들은 터무니 없는 요구를 내세워 파업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자정 노력부터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