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3박4일 일정 돌입] 북한 "화해협력 다지겠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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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14일 서울에 온 북측 당국 대표단의 사상 첫 현충원 참배는 어두웠던 과거사를 정리하고 남북 간 체제를 서로 인정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의 남북 관계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측 대표단의 현충탑 참배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으로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비롯해 30명의 북측 대표단은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오후 3시 현충원으로 들어선 뒤 느린 걸음으로 현충탑까지 걸어갔다.
이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구호와 함께 짧은 묵념을 하는 것으로 참배절차를 마치고 돌아섰다. 분향과 헌화 절차는 생략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는 북측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참배절차는 북측과의 실무협의에서 이미 조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배에서는 우리측에서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안내를 맡았다.
○…김기남 비서는 묵념을 마친 후 나오는 길에 현충원의 시설과 규모에 대해 물었으며 이에 고경석 현충원장이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다.
김 단장은 "이렇게 현충원을 방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면서 "민족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일들을 많이 합시다"라고 현충원 방문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안경호 민간대표 단장은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는데 대해 "역사적인 장면이니까 취재 경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비서는 이날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에 도착한 뒤 우리측 대표단과 가진 환담에서 "현충원 참배는 조국 광복을 위해 생을 바친 분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6·15 시대에 맞게 구태에서 벗어나 시대정신에 맞춰 화해협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일부 보수회원단체들이 14일 북측 대표단의 참배에 반대하는 반북 시위를 벌여 이날 현충원 주변에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유개척청년단 회원 등은 이날 오전 현충원 정문 앞에서 북측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북측 대표단이 국립묘지를 참배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오기 전에 6·25 전쟁과 각종 테러행위 등을 고백하고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참배는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사진을 찢는 퍼포먼스를 시도하자 사복경찰과 의경 수십명을 동원해 이를 저지,이 과정에서 양측 간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됐다.
이심기·김현예·유승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