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그동안 바닥수준을 맴돌던 통화량 증가율이 모처럼만에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것이 한몫하고 있어 통화량 증가율이 높아진 것을 두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매달 2% 안팎에 머물던 본원통화 증가율이 7월에는 5.6%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됐다. 비록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이는 작년 3월의 7.2%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본원통화는 화폐발행액과 은행의 지불준비예치금으로 구성되며 시중의 현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은행 및 비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으로 구성되는 M1(협의통화)은 7월중 12% 중반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3년 1월의 13.7% 이후 2년반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만기 2년미만 예수금으로 구성되는 M2(광의통화) 증가율도 6% 중반을 나타내 근2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3(총유동성) 증가율도 6% 중반으로 추정돼 올들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민간신용의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해외부문의 통화공급 확대로 M3가 4월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신용의 확대는 주로 부동산 투기 열풍에 따른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1-7월중 주택담보대출이 13조원 가량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4월부터 7월까지 넉달간 10조원 이상이 집중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 축소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규분양 아파트 등에 대한 집단대출 수요가 꾸준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통화량 증가율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