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58
수정2006.04.09 17:25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입원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4당4색이다. 'DJ의 병상정치'가 각 당에 안겨주는 정치적 이해가 그만큼 상이하다는 반증이다.
여권은 당혹감 속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DJ의 건강악화가 국정원의 DJ정부 불법도청 발표 때문이라는 시각이 확산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DJ와의 관계악화는 곧바로 호남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향후 잇따를 선거에서의 고전을 예고한다.
여권이 "청와대가 불법도청을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다"며 도청과 DJ의 분리를 시도하는 것이나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에 이어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까지 문병에 나선 게 다급한 여권 분위기를 대변한다. 김 실장은 11일 오후 2시부터 10분 동안 DJ를 병실에서 만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하고 "최근 국정원 과거 도청 사건과 관련한 시중의 음모설은 사실이 아니고 일체의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쾌유를 기원하는 난도 함께 전달했다. 이에 DJ는 "노 대통령이 직접 비서실장을 보내 문병하고 설명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상황을 호재로 활용,여권과의 대립각을 첨예화하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국정원의 발표는 DJ를 격하하고,국민의 정부를 격하해서 노 대통령이 DJ보다 도덕성이 뛰어나다는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은 "여당이 DJ 달래기를 위해 물타기를 하는 것이나 일부 야당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여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한나라당은 전·현 정부의 갈등을 일단 느긋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다. 전여옥 대변인은 "병주고 약주겠다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면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창·허원순·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