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협 새 場 열자] (中) 노벨과학상 7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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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사돼 9일 귀환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승무원 가운데는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일본인 우주비행사인 노구치 소이치(40).그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주 유영에 성공,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일본인 우주비행사는 그가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4명의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우주 강국이다.
2008년 이후에야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한참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첨단산업의 집합체요,미래 신성장산업의 총아로 손꼽히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크다.
일본이 20여개의 정지궤도 위성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3개뿐.미국의 우주왕복선도 일제 부품이나 소재가 없으면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메이드 인 재팬' 기술력은 한국을 압도한다.
하지만 우주항공은 한국이 추격해야 할 많은 분야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기초과학 강국=일본은 금세기 들어서만 노요리 료지(2001년 화학),고시바 마사토시(2002년 물리),다나카 고이치(2002년 화학) 등 3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했다.
역대 수상자는 모두 7명으로 일본 과학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은 아직 한 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최근 발표한 '과학 경쟁력' 비교에서 일본은 2위,한국은 15위로 평가했다.
연구개발 투자,연구개발 인력,과학 환경,지식재산권 보호 등 22개 지표를 대상으로 종합 평가한 이 조사에서 일본은 2000년 이후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그동안 14∼19위 사이를 오가며 대만에도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기초연구가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정도에서 한국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응용기술에서 추격하는 한국=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외국인 특허등록 건수에서 일본은 3만7734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590건으로 4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일본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별로도 일본의 경우 히타치(2위)를 비롯 마쓰시타전기 캐논 소니 등이 상위 10대 특허등록 기업에 들었지만 한국은 삼성전자(6위)가 유일했다.
기초과학은 물론 제조 및 생산분야 전반에 걸친 기술력에서도 아직 한국은 일본과 상당한 격차로 뒤져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의 앞날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국은 LCD,PDP 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같은 몇몇 첨단 IT 분야에서는 일본을 앞질러 나가고 있다.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 기업들이 아날로그시대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디지털투자를 머뭇거릴 때 한국의 삼성 LG 등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올인 승부'를 걸고 과감히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결과였다.
올해 IMD 평가에서 한국은 '기술(혁신) 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9위에 머물렀다.
컴퓨터,통신,인터넷,기술협력,첨단기술 수출 등 20개 지표를 대상으로 한 기술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광대역통신 가입자수와 요금,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액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임기철 부원장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워낙 뒤져 있기 때문에 응용기술에서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부 디지털분야에서 삼성 등이 보여주었듯이 일본이 미처 시도하지 않고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제 등 일부 생명공학분야에선 일본 앞섰거나 대등=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개발에 최초로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은 일본 학계를 경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 정부는 BT 분야 연구비를 2002년 4100억엔에서 2006년엔 8100억엔으로 2배 증액할 예정이다.
정명준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은 "3년 전만 해도 바이오 분야에 관한한 우리가 일본을 앞서는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국가적인 투자와 건강·의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로 이제는 우열을 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저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