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X파일 정국'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장군 멍군을 주고받은 가운데 민노당과 무소속이 정국 향배의 캐스팅 보트를 쥔 형국이다. 국회 제1당과 제2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별로 얻을 게 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도청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공세 속에 한나라당이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 도청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수가 역전됐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현 정권과 DJ의 대립각이 첨예화돼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호남민심의 이반까지 걱정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아울러 두 당은 모두 검찰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득(得)보다는 실(失)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은 'DJ당'을 자임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는 일단 위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수사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현 여권과 DJ의 갈등을 호남민심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민노당은 이번 사건에 관한 한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당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면서 나름대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야 3당과 특검제 공조를 하면서도 테이프 공개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여당과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는 등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든 야든 민노당이 손을 들어주는 곳이 승자가 된다는 점에서 주가 높이기 행보에 나선 것이다. 무소속도 모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있다. 특검법이냐 특별법이냐가 사실상 무소속 표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소속 의원들이 내부적으로 특검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면서도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몸값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