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9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참고인 겸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소환검토 대상이라고 밝혀 이 회장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두,"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뒤 불법도청 자료에 담긴 홍석현 주미대사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검사실에서 최대한 말하겠다"고 답하고 곧바로 9층 조사실로 향했다. 지난해 2월 17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이어 1년6개월 만에 검찰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공운영 미림팀(안기부 도청조직)팀장과 재미교포 박인회씨로부터 불법도청 테이프을 넘겨받는 대가로 5억원을 달라고 협박받은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또 1997년 대선 당시 여당 후보 측에 100억원의 불법 자금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 조사에서 이 회장이 불법자금 제공 과정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면 이 회장에 대한 조사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불법 도청 테이프에 등장하는 홍 전 대사도 필요에 따라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