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한창 '잘나갈 때' 직장을 그만두는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몸값이 가장 높을 때 약 1~2년간 쉬면서 여행이나 관심 분야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재충전을 해 나중에 더 좋은 자리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과거에는 이력서에 무직 기간이 기록돼 있으면 큰 흠집으로 간주됐지만 요즘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 '무직 상태'로 있는 CEO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6년 전 펩시코 사장직에서 물러났던 브랜다 반스는 최근 가정용품 전문업체인 사라 리의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녀는 쉬는 기간 대학 강의를 듣고 여행도 즐기며 건강을 회복했다.


새 직장에서의 연봉은 종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의 CEO직을 그만뒀던 앤 퍼지는 최근 광고회사인 WPP그룹의 영&루비캠 사업부 대표로 돌아왔다.


그녀는 무직 기간에 북클럽 등에 참여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니지만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회장은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더 남았지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이달 초 밝혔다.


사퇴 발표 이후 세계적인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이 스카우트 제의를 해 왔고,올릴라 회장은 내년 6월부터 새 직장에서 '비상임 회장'으로 일하게 된다.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의 케빈 톰슨 이사는 "CEO들은 무직 기간에도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한다"며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항시 진행되기 때문에 CEO들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CEO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재충전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안식년 제도'를 상설화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미디어·출판 업체인 베텔스만 뉴욕 지사는 지난해부터 유급 안식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식년은 직급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내년 말이면 지사 전체 종업원 3000명 가운데 약 800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5년차 이상 기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의 안식년을 제공한다.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12주의 무급 안식년을 주고,7년마다 안식년 기회를 부여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