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명품관 프로젝트 추진을 놓고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당초 기존 본점을 새롭게 손봐 가칭 `클래식관'이라는 이름의 본격적인 명품관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업계 주변에서는 이를 3월 선보인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을 상대하기 위한 카드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신세계의 이같은 계획 추진에 최근들어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명품만으로 채우는 본격적인 명품관이 아니라 명품과 일반 제품을 섞는 `혼합형' 매장으로 콘셉트 자체를 바꾸고 개점 시기도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조석찬 신세계백화점 본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모든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에비뉴엘처럼 전면적인 명품관이 아니라 (일반 제품과) 명품을 혼합하는 쪽으로 준비중"이라고 방향 수정을 시사했다. 또 신세계는 그동안 개점 시기와 관련해서도 대체로 `내년 상반기'를 못박아 왔으나 3일 새 본점 개점을 알리는 이벤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에서는 `내년 하반기'로 이를 수정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이튿날인 4일 새 본점의 `구석구석'을 홍보하는 다른 보도자료에서는 다시 `내년 상반기'로 개점 시기를 명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 없기 때문에 개점 시기도 다소 유동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이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면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롯데,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은 `콧대높은' 명품 브랜드의 유치 애로와 강북상권의 구매력 부족, 그에 따른 채산성 미흡 전망을 주된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통상 명품 3대 브랜드로 꼽는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가운데 우리도 에르메스는 유치하지 못한 상태이며 그나마 루이뷔통은 최근에야 문을 열었다"며 "그런 브랜드가 의류와 잡화 등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토털매장' 개념으로 우리와 같은 상권에 있는 신세계 기존 본점에 입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주요 브랜드 유치가 쉽지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명품관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새 본점이 일부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일부 브랜드를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 관계자도 "강남의 갤러리아 명품관과 달리 에비뉴엘이 영업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미뤄 강북상권은 강남상권과 비교할 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같은 상권에 에비뉴엘 이외에 또다른 본격적인 명품관이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점 시기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새 본점의 영업이 부진할 경우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나 그 이상으로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