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국제 간 자금흐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종전보다 약화됐긴 했지만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제1선 자금은 달러계와 유태계 자금이다. 전통적으로 이 자금들은 투자 대상국의 경기와 위험도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해 뚜렷한 선호 경향을 보이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종전의 국제상품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는 아시아 통화와 주식 등 자산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이다. 이는 위안화 절상에 따른 아시아 통화가치의 상승과 자산부문의 거품 발생을 겨냥한 투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판단지표인 골드스타인 지수와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유가 100달러대 진입과 제2의 아시아 위기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갈수록 국제 금융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자금이 '화인(華人)자본'이다. 다른 자금과 달리 화인자본은 귀속(autarchy)성향이 강해 세계화상대회 등과 연관이 있어야 조달이 가능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양분화 추세가 뚜렷하다. 하나는 귀속성향이 더 강해져 화인경제권 등 중국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움직임이 이제는 완성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하나는 해외 국채 투자와 외국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글로벌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는 '팍스 시니카' 움직임으로 연결돼 미국 등의 견제와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원으로 꾸준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 것이 일본 엔화 자금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제로'수준인 일본 금리와 엔화 가치의 약세를 바탕으로 엔화 자금을 많이 활용해 왔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으로 엔화 자금의 매력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뚜렷하진 않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고,인플레 타게팅 정책의 일환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계 자금은 각국의 경기와 기업실적과 같은 기초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자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럽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브릭스(BRICs)와 친디아(Chindia)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중동의 오일 머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사채시장의 주 자금공급원이었던 오일 머니는 계속된 유가의 고공행진과 개선된 재정여건을 바탕으로 숙원과제인 제도금융권의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슬람 국채시장의 육성이다. 결국 종전의 주 자금원이었던 달러계·유태계 자금은 투기화되는 대신 새로운 자금원으로 부상 중인 화인자금,오일머니는 투자대상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투자를 늘리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달러중심 체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달러계 자금의 통화와 자산 투기에 대비하고 화인자금,오일머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엔화 자금의 조기 상환문제와 국제자금원으로 원화 자금을 육성하는 과제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