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사막에도 '묻지마 투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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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범이나 밀입국자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오던 협곡. 생물체라고는 방울뱀이 고작인 텍사스 서부의 황량한 사막에도 부동산 투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5일 "국경 수비대원들이나 순찰하던 텍사스 리오그란데 지방의 쓸모 없는 사막지대 땅 값이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12배나 뛰어오르는 등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와 접한 이 사막지대는 지난 2월 캘리포니아의 한 사업가가 에이커(약 1224평)당 65달러씩 모두 7408에이커를 사들인 뒤 땅을 여러 필지로 분할해 팔았고,매입자들이 되팔기를 거듭하면서 지금은 에이커당 8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지역인 제프 데이비스 카운티의 밸런타인은 전체 인구 217명에 식료품 가게와 주유소 1∼2개만 있는 버려진 지역이지만 투기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한 변호사는 에이커당 65달러씩 7400여 에이커를 사들인 뒤 2000여개 필지로 분할·매각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인터넷과 부동산 설명회 등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 땅은 에이커당 3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 지역 등기소 관계자들은 "과거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던 부동산 소유자가 이제는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며 "인터넷이나 부동산 설명회를 통해 이 지역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플로리다 뉴욕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부동산 가치는 늘 상승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금 땅을 사지 않으면 곧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현장을 확인도 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많다.
인터넷에는 숲이 우거진 그럴듯한 사진이 올라 있고 그 밑에는 "이 사진은 물건과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 붙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LAT는 "수많은 외지인이 매입해 분쟁의 소지가 많은 이들 지역은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황무지로 계속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