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완제품 시장도 차이나쇼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 상하이 주재 포스코 영업담당 관계자들은 요즘 전쟁하듯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중국 철강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기만 했던' 시장 환경에 익숙해 있던 터라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중국 철강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3월 하순.
당시 t당 5500위안(1위안=약 125원) 하던 열연 가격은 지금 3850위안으로 무려 30%나 주저앉았다.
냉연 가격 역시 7580위안에서 5760위안 선으로 밀렸다.
한 포스코 주재원은 "좋은 시절이 가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쏟아낸다.
무리한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이 문제였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돈이 된다 싶자 지난 2~3년 동안 너도나도 신규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에 나섰다.
현재 약 40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철강업체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중국 철강생산량은 작년보다 23% 늘어난 3억2000만t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을 피해 해외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만큼은 뛰어난 제품을 수출선에 실어나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국 철강수출이 올 상반기에만 1.54배 늘었다(중국철강공업협회).
미국 유럽연합(EC) 한국 등이 주요 수출대상이다.
중국 철강시장 수급불균형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는 것이다.
철강뿐만 아니다.
가전제품 핸드폰 컴퓨터,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경공업제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일부 첨단제품과 중공업제품 쪽에서도 중국산 싸구려가 세계 시장에 밀려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기업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는 중국기업이 국제 원자재시장에 뛰어들면서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는 '차이나 쇼크'를 경험했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급과잉은 원자재에 이어 완제품시장에서의 차이나 쇼크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시장의 수급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