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3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하계포럼 강연에서 금융회사의 공적책임을 유난히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 은행이 사상최대 규모의 이익을 내면서 금융권이 너무 수익만 추구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금융회사가 비가 오려할 때 우산을 걷어 간다는 말이 있는 데 비가 올 때 우산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수익을 내야 하니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관리해 헤쳐나가는 게 금융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은 다른 경제주체의 불확실성을 떠안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는 태생적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며 "금융권에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대신 그만큼 책임 또한 강화되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증권관련 업무를 포괄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회사 영업제한을 점진적으로 폐지해나가도록 하겠다"며 "통합금융법도 일단 증권관련 법령부터 합쳐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아울러 "은행들에 대해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이 감독규정에 따라 획일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대신 스스로 내부모형을 통해 경험손실률 및 예상손실률 등을 적용, 탄력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