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진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투자 감소는 성장잠재력 저하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한 정부의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부진의 원인을 놓고는 기업과 정부 간 시각차가 크다. 기업들은 정부 규제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설비투자 지수(2000년=100)는 105.8로 1년 전에 비해 2.8% 줄었다. 설 연휴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 2월(3.5% 감소)을 제외할 경우엔 작년 3월(-7.1%)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설비용 기계류 내수출하 지수도 전년동월 대비 3.5% 줄었다. 대표적인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액은 12.1%나 뒷걸음질 쳤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째 이어진 두자릿수 감소세다. 설비 투자는 하지 않은 채 기존 공장만 돌리다 보니 6월 평균 제조업 가동률은 80.0%로 전달(78.0%)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노동자 파업에 이어 '자본 파업'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간 '네 탓' 공방 정부는 활발한 투자 없이는 성장세가 지속될 수 없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전경련 하계 포럼에 참석,"현재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70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 잠재 성장률(5%) 수준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총리는 그러나 이 같은 '투자기피 증후군'의 원인을 정부의 규제 탓으로 돌리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성명서 등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 등은 성과를 내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기업들은 정부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공장신설 규제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으로 투자가 부진하다는 기업들의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투자 규제를 받는 당사자(기업)들이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는데 규제하는 측(정부)이 오히려 기업들을 공박하면 어쩌란 말이냐"며 "참 답답한 일"이라고 푸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현재의 출자총액규제는 설비 투자를 주도하는 덩치 큰 기업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자산 규모를 근거로 일률적으로 출자를 규제하는 탓에 2001년 이후 자산 4조원대의 그룹 10곳 가운데 7곳이 의도적으로 자산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