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고선 서양의 현대음악보다 뛰어나다고 극찬합니다. 특히 궁중음악인 '수재천'은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평생학습센터 5층 대강의실.서울대 국악과 황준연 교수가 '한국 전통음악의 특성과 미'란 주제로 130명의 관악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와 관악구가 함께 운영 중인 문화강좌 '관악 열린대학'의 한 프로그램이다. 1시간가량 계속된 강의가 끝난 뒤 국악과 학생들이 나와 대금 가야금 아쟁 거문고 등을 연주했다. 황 교수는 중간중간 각 악기의 특성과 연주 음악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수강생 경선옥씨(47·여·신림2동)는 "수준 높은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봉남씨(71·남·봉천2동)는 "교수님이 나처럼 나이먹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이런 강의가 정기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란 평가를 들어왔던 서울대가 주민 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캠퍼스를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담장을 허문 데 이어 지난달부터 관악구와 함께 문화강좌 프로그램인 '관악 열린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진은 윤정일 서울대 사범대 학장을 비롯해 교수 13명.강의주제는 '성인병 예방을 위한 운동의 역할' '일상생활 속의 역사이야기' '글로벌 시대에 알아둬야 할 예절' 등으로 다양하다. 당초 수강생 정원을 70명으로 잡았지만 강의 시작 이후에도 신청자가 쇄도,130명으로 늘렸다. 수강료는 무료.교수들도 무보수로 일한다. 주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자 서울대와 관악구는 오는 9월부터 3개월 과정의 2기 열린대학을 개설키로 최근 합의했다. 관악구 평생학습지원팀 김승원 주임은 "당초 한 차례만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응이 워낙 뜨거워 2기 강의를 열기로 했다"며 "서울대와 논의해 정기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또 시민환경교실 프로그램,관악구민을 위한 천문교실,관악구 노인을 위한 운동 등 서울대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사실 서울대는 그동안 지역사회와 굳게 격리된 섬과 같은 곳이었다"며 "서울대가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