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전화 '빅 3'의 2분기 실적이 차례로 발표되면서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경영 전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업체는 '고전', 해외업체는 '선전' '빅 3'중 비교적 선전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판매대수가 동기 대비 7.5% 늘어난 2천440만대를 기록했으나 매출은 전분기 대비8%,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든 4조1천900억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066570]는 매출(1조8천216억원)이 전분기 대비 2.8%,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냈으며 팬택앤큐리텔[063350]도 매출,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경상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28일 실적을 발표하는 팬택[025930]의 경우 팬택앤큐리텔보다 상황이 낫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인 노키아는 전문가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 매출액은 24.7% 증가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32%에서 33%로 확대했다. 2위인 모토로라는 상반기에만 6천260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해 라이벌 삼성전자와 1천360만대의 격차를 보였으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49억달러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전분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들 "하반기는 호전될 것"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실적 부진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환율 하락 ▲선진국 등 세계 시장의 수요 정체 ▲경쟁 심화 등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이 환율변동, 대당판매가격(ASP)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700만 화소 카메라폰, 초슬림폰,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폰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면서 물량은 물론 판매가격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선진국 등 세계 시장의 수요 정체, 경쟁심화에 따른 수출 둔화, 환율 하락, 자체 생산 및 연구 시설 정비를 위한 투자 등을 꼽으면서 3분기에는 내수에서 고기능 컨버전스 제품으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북미, 유럽 및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택앤큐리텔은 "6월에는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판매 전망이 밝다"면서 하반기부터 신제품 라인업을 개선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고가시장 위주의 전략을 고집할 경우 앞으로도 한동안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한국 휴대전화업체들의 실적 둔화는 신흥 시장에서 적절하게 저가 제품을 내놓지 못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신흥시장에서 삼성이나 LG가 이렇다할 점유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분기 실적 둔화 이유로 마케팅 비용 증가를 꼽고 있으나 신흥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이 더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노무라증권 런던지사의 리처드 윈저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LG가 중.고가품 시장에서만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며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저가 시장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휴대전화 제조 방법의 차이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저가품 시장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증시 및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삼성과 LG가 연구.개발과 마케팅 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3.4분기에도 휴대전화부문에서 이 렇다할 실적 향상을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도 최근 "오는 2009-2010년에는 휴대전화 신 규 판매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시장의 중심이 교체 판매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고가 폰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이익률 확대를 위해 고가 모 델에 힘을 집중하고 있고 이것이 맞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전략을 적정한 시 기보다 3년 먼저 채택함으로써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사는 사람들이 많은 중국, 인도 같은 지역의 시장확대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3'의 대응방안은.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이 신흥시장에 대한 대응을 등한시한 채 고가의 선진국 시장에만 매달릴 경우 당분간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올해 전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전망치를 연초의 7 억2천만대에서 7억7천900만대로 늘려 잡은 것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급속한 성장세를 감안한 것이다. 인도, 중국 등 신흥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 시장은 교체수요가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차세대 제품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휴대전화 교체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흥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09년 쯤에는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겠지만 신규수요가 많은 그 전까지는 저가폰 판매가 급속히 확대될 것이며 그 혜택을 노키아, 모토로라와 같은 외국 업체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저가 시장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이지만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인도, 중국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그 시장에 맞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