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그룹의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삼성그룹이 고심 끝에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았는데요.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 한정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 기자! 어떻게 사과를 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삼성그룹이 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파일 공개 파문, 이른바 '안기부 X파일' 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삼성 측의 사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최석진 / 삼성 구조본 차장) "불법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근거로 한 언론보도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삼성은 불법 도청파일 공개로 촉발된 97년 대선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는데요. 임직원 명의로 된 사과문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일부 왜곡되거나 과장된 면도 있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습니다. (S: 첫 대국민 사과 발표)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은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과문 발표와 함께 삼성은 앞으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단절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경영으로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습니다. [앵커] 도청 테이프를 공개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 목소리를 높이던 삼성이 어떻게 대국민 사과 쪽으로 입장을 돌리게 되었나요. [기자]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던 삼성그룹이 어제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오전에만 해도 강온 양쪽의 의견이 엇갈렸고 사과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여전했는데요. 삼성은 주말에 여론의 동향을 파악한 결과 심각한 상황임을 감지하고 사과문 발표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어제 오전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주재한 구조조정본부 팀장회의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S: 사태 심각성 인지)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대선자금 문제 등 테이프에 담긴 내용 등으로 인해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수준임을 인지한 데 따른 것입니다. 삼성 그룹은 자금 전달 부분에 있어서는 포괄적으로 인정한다고 시인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했습니다. [앵커] 자금 전달 부분을 인정한 것인가요? [기자] 네. 삼성 그룹은 일부 과장이나 구체적인 내용의 왜곡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자금 전달 부분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S: 자금 전달은 '인정') 홍석현 주미대사와 관련된 대선 자금전달 부분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만큼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윤리 경영 실현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내용이 과장, 왜곡됐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 구조조정 본부의 김준식 상무는 "대화가 오갔지만 자금전달과 관련 아직 실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뜻"이라고 답했습니다. 삼성은 또 지난 99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도청 테이프를 거액을 요구하며 사 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며 테이프가 공개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 자진해서 국가기관에 신고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사과는 사과고.. 소송 제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여론의 우려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지만 언론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S: 법적 소송은 제기) 사과와는 별개로 법적인 문제와 내용의 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리겠다는 입장인데요. 삼성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내용을 근거로 불법 대선자금 연관내용을 보도한 MBC 등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법적으로 엄격히 따지는 의미에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하지만 삼성 측의 사과문 발표에도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기자] 네티즌들의 반발은 대국민 사과 발표로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S: 네티즌 비난 쏟아져) 삼성 측의 해명이 애매하고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인터넷 포털 네이버 등에는 삼성의 사과문 발표 기사에 대해 `도대체 이게 무슨 사과문이냐..삼성 이미지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인정도 시인도 하지 않는 사과문의 요지가 무엇이냐..' 등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삼성의 경제 기여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등 삼성 측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좀 더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삼성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S: 참여연대 검찰 고발) 이에 참여연대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홍석현 주미 대사 등 관련자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구요. 사과문으로 진정되기에는 사태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할 산이 멀고도 험한 상황입니다. 한정원기자 jw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