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는 절상 발표 이후 오히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위안화가 추가 절상될 것이란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당장 홍콩에서는 위안화 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 홍콩 3대 은행 중 하나인 항셍은행에는 위안화 절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2일 하루에만 위안화 예금이 5000만위안(약 62억5000만원)이나 증가했다. 홍콩 달러 등을 위안화로 환전해 예금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항셍은행 커칭후이(柯淸輝) 부회장은 "위안화 예금 증가액이 평소의 5~9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둥야은행에선 같은 날 300명이 위안화 예금을 위한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홍콩 달러,영국 파운드화 등을 제치고 인기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작년 말 121억위안(약 1조5125억원)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198억위안(2조475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국제 금융시장으로 꼽히는 홍콩에서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가 빨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위안화는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미 달러와 유로,일본 엔화 등과 함께 사실상 세계 통화의 하나로 통용되고 있다. 러시아가 올해부터 중국과의 국경 무역에서 달러화를 거치지 않고 위안화와 루블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 몽골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북한 등이 중국과의 무역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쓰고 있다. 화교권 경제가 지배하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아무 제한 없이 위안화로 쇼핑한다. 한국에서도 동대문시장 등에서 위안화를 직접 받는 상점이 늘고 있다. 중국의 해외관광 증가는 위안화 확대에 한몫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2700만~2900만명의 해외 여행객을 내보냈다. 1인당 해외 소비 지출액이 지난해 987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인 '큰손' 관광객을 잡기 위해 위안화를 받기 시작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5일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구성된 단체관광객 두 팀이 런던에 입성,영국 관광길이 트였다. 영국 당국은 2020년까지 5억파운드의 추가 관광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에서 위안화를 받는 상점이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위안화 발행액과 유통액이 급증하고 있다. 위안화 발행액은 2001년 1036억위안,2002년 1589억위안,2004년 1722억위안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내부와 해외에서 유통되는 위안화는 잔액 기준으로 2001년 1조5688억위안에서 지난해에는 2조1468억위안으로 3년 새 46%나 증가했다. 중국 정부 역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조치를 속속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과 9월에는 홍콩과 마카오은행에 대해 위안화 예금·환전·송금업무를 허용했다. 지난해 말에는 단체관광 가능 국가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개인이 휴대해 해외로 반출할 수 있는 위안화 한도를 종전의 3배 이상인 2만위안 수준으로 높였다. 구매력 기준으로 이미 세계 2위인 중국의 위안화는 이번 절상을 계기로 세계 통화로 발돋움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국제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10∼15년 내 위안화가 주요 국제통화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런즈강(任志剛) 홍콩금융관리국 총재는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유지하는 한 위안화는 주요 결제 통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지금은 미 달러화의 주도적 지위에 도전할 만한 통화가 없지만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대학의 쉐펑셴(薛風旋) 교수도 "중국이 미국·유럽연합과 함께 세계 3대 경제축으로 커가고 있다"며 "머지않아 위안화가 당당한 국제통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