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북핵 6자회담의 주요 쟁점은 13개월 전인 3차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던 입장 차이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특히 북핵문제 논의틀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 여부에 대한 공방과 북한이 새로이 들고 나온 `군축회담' 주장이 회담 초반에 어떤 식으로 정리되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핵폐기 과정에서의 각종 보상방안을 어느 지점에 어떤 수준으로 배치시켜 참가국들이 모두 만족시키느냐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회담 논의틀 좌우할 `HEUㆍ군축회담' 북핵 문제 해결의 기틀 마련을 목표로 한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뜨거운 감자'다. 핵동결의 범위에 해당하는 HEU문제는 2차 핵위기가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인데다 그 존재 여부를 놓고 회담마다 북미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생트집'이라는 북한과 `정보와 정황상 있는 게 확실하다'는 미국의 주장이 이번에도 재연될 경우 회담은 실질논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착에 빠질 우려가 크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HEU 핵프로그램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지만 이 문제로 인해 플루토늄 핵 문제까지 다룰 수 없는 상황은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일단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비켜가는 방안도 고려하고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건드려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HEU문제는 비켜가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정면으로 다뤄 회담에 걸림돌이 되도록 하지도 않는 묘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자회담의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6개국 모두 이의가 없는 만큼 `모든 종류의 핵폐기'라는 일치된 합의문만 끌어낸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이후의 문제는 북한이 사찰을 허용하고 금창리 사례처럼 미국이나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다루기는 버거워 보인다. 검증과 관련해서도 공신력 있는 IAEA 검증안이 제시됐지만, 북한은 회담 참여국 틀 내에서의 검증을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6자회담의 군축회담화 주장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협상을 하자는 의도인 만큼 여타 5개국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회담 초기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다분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대하는 이 사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동결 대 보상' 수순 문제 핵 동결 및 폐기 과정과 그 사이 사이에 들어가게 될 보상문제는 북핵문제를 푸는 실질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회담에서 북한이 핵포기를 전제로 한 동결에 들어가면 중유공급과 잠정적 다자안전보장, 에너지수요 조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제재 해제 문제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고, 조치가 완료되면 항구적인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장애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다르다. 동결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논의 개시가 아니라 실질적인 상응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선(先)핵포기 방안인데 뭘 믿고 선(先)조치를 하겠냐는 말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대북 불신도 깔려 있다. 제네바 합의 파기를 겪으며 대북 불신이 심화된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먼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동결 대 상응조치 북미간 입장차는 동결과정에서의 큰 줄기인 에너지 제공과 안전보장, 북미수교 등 상응조치의 내용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핵 동결단계에서 대체에너지인 중유를 제공하는데 미국이 참여하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미국이 자국을 제외한 한ㆍ중ㆍ일ㆍ러 4개국의 중유 제공은 묵인한다는 안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사실상의 북미문제인 만큼 당사국이 빠지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동결단계에 대한 반대급부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북 경제제재 및 봉쇄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중유제공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면 이들 문제에 신축성을 발휘할 용의를 표명한 바 있어 이를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이를 미국이 수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북핵해결 국면은 달라질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 3차 회담때의 제안과는 달리 우리 정부의 대규모 전력송전안인 `중대제안'이 끼어들면서 이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 지 여부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말하는 `다자안전보장'에 대해서도 북한은 미국의 직접적인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다자안전보장의 유용성을 설명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경청했다는 데서 북한의 결심을 기대해볼 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