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절상 조치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동안의 경기과열을 접고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대 중국 투자와 교역에 크게 의존해온 국내 경제도 당분간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제3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비교우위와 함께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견실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반사적인 기대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상 걸린 업계 위안화 평가절상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중국에 대규모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제3국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킴으로써 해외사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글로벌 기업과 중국 현지 기업 간의 과당 경쟁으로 제조원가가 치솟고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업계의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가 가져올 파장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삼성이나 LG의 경우 중국사업 비중이 30%선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LG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이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위안화 절상이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막상 위안화 평가절상 소식을 듣고보니 모든 것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동반 하락하는 데 따른 충격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1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의 환율하락으로 인해 9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으며 2분기에도 2000억원의 기회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 수출 단기타격 해결이 관건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이 한국의 연간 상품수지 흑자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중국 위안화 절상이 우리나라 수출입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가 10% 평가절상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감소하겠지만,중국 이외의 제3국 시장으로 나가는 수출이 늘어 한국의 수출은 전체적으로 24억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수입은 중국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감소하겠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 증대 영향으로 수출용 원·부자재 수입이 늘어 전체적으로 연간 4억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약 20억달러(수출 24억달러 증가-수입 4억달러 증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위안화 절상 영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컴퓨터 가전제품 의복 비철금속 등의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이 국내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겠지만 절상폭이 아직은 미미해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소비자물가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농수산물과 저가 소비재 가격이 올라 물가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나 일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큰 만큼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률 둔화를 우려할 정도로 중국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 정부도 자국의 성장세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진 않는다"며 "중국이 이번 위안화 절상으로 경기연착륙에 성공하면 우리 경제도 중국의 급격한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훈·안재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