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체국의 예금자산 2000조원을 잡아라.' 일본 우체국(우정공사)이 오는 10월부터 일반 예금고객을 대상으로 뮤추얼펀드 판매를 시작하기로 하자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 및 자산운용업체들이 펀드 운용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정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예금자산이 무려 2조140억달러(2090조원 상당)에 달해 펀드 운용회사로 선정되기만 하면 수수료를 1%만 잡아도 연간 20조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일본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15%에 달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정공사가 민영화를 앞두고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세계 금융회사들의 엄청난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정공사 펀드 운용권 수주 경쟁 지난 2003년 4월 설립된 우정공사는 지점수 2만5000여개에 총 자산이 387조엔(약 3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금융회사다. 은행에 예금한 자산만 2조140억달러로 씨티그룹 HSBC 도이체방크 등을 합친 것보다 많다. 보험부문 자산도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우정공사는 그동안 고객들의 예금을 별다른 노력 없이 은행 등에 쌓아두기만 했으나 오는 10월부터는 전국 지점망을 통해 판매되는 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상품으로 일반예금을 전환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운용수수료를 1~2% 정도만 받고 펀드 운용을 맡더라도 자산규모가 워낙 큰 만큼 연간 20조~40조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업 기회인 셈이다. 우정공사가 운용을 위탁할 펀드는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해외 주식·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 밸런스 펀드' 두 가지다. 지난 14일 실시된 인덱스펀드 운용사 선정 입찰에는 미국 최대 뮤추얼펀드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를 비롯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 23개사가 참가했다. 글로벌 밸런스 펀드의 제안서 접수는 오는 28일이 마감이지만 이미 28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경쟁이 뜨겁다. 피델리티의 브렛 구딘 아시아 담당 사장은 "우정공사의 위탁운용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2년을 준비해 왔다"며 "우정공사 자산은 세계 최대규모여서 운용사로 선정된 업체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키우기에 나선 우정공사 우정공사의 금융 부문을 떼어내 민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우정사업 민영화 법안'은 일본 중의원을 통과해 현재 참의원에 계류 중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07년 4월까지 우정공사를 우편적금·간이보험·우편배달사업·우체국관리 등 4개 회사로 분할,민영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막대한 자산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바람에 민간 금융이 취약해졌다"며 우정공사 민영화를 정치 운명을 걸고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정공사는 과거의 '복지부동(伏地不動) 이미지 벗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들과의 경쟁에 대비,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 중이다. 24만명의 종업원들 중 6000여명이 최근 증권 브로커 자격증을 획득했고,6만여명은 펀드상품 세일즈를 위해 사내 교육을 받고 있다. 우정공사의 마추호카 가즈하라 투자부문 이사는 "민영화에 앞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