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관계에 대한 한국민들의 깊은 관심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4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내달 19일 본국으로 돌아가는 리빈 주한 중국대사(李濱·50)는 "재임 중 한·중 협력 관계가 눈부시게 늘었는데 이는 한국사람들이 나를 많이 돕고 사랑해줘서 얻은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부임했던 2001년 한·중 무역 규모는 367억달러였지만 지난해 900억달러를 돌파하고 하루 왕래 인원도 1만명 선으로 증가하는 등 양국 관계가 눈부시게 성장한 통계수치를 예로 들며 "한·중 간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 그는 지난해 있었던 고구려사 논쟁을 떠올렸다.


"2001년의 무역마찰,이듬해 탈북자 문제에 이어 역사문제까지 어려운 고비가 있었지만 양국이 지혜롭게 위기를 넘겨 다행이었지요.앞으로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주한 외교가에서 '폭탄주'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실제로 폭탄주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인들과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마신다고 밝혔다.


보신탕도 평양에 있을 때부터 즐겼다.


리빈 대사는 재임 기간에 가장 주목받은 외교사절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한반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국 대사이기도 하지만 북핵 문제로 예민한 시점에 남북한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리빈 대사가 한반도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33년째.한반도에서 생활한 것만 25년이나 된다.


베이징 출신인 그는 1972년 평양 김일성대학 조선어학과에서 4년간 공부하고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14년간 근무했다.


서울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7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다.


중국인들의 '만만디'식 생활태도를 묻자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 사람보다 더 급해질 때가 있더라"며 "골프칠 때 연습 스윙도 한번 안 하고 친다"며 웃었다.


중국 외교부 수석부사장(수석부국장)이자 북핵 전담대사로 자리를 옮기는 그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며 "그러나 6자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일하는 재미가 더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임으로 내정된 닝푸쿠이(寧賦魁) 북핵전담 대사에 대해 김일성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동기동창이라며 "잘 봐달라"고 농담 섞인 당부를 건넸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