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지친 심신을 무엇으로 다스릴까.


과거에는 수삼 황기 오미자 보신탕 등으로 원기를 찾고자 했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건강기능 식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장년층이 보약을 선호한다면 20∼40대는 복용이 간편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1990년대 초반 이름조차 생소한 '건강보조식품'으로 세상에 명함을 내민 건강기능식품은 2003년 8월 '건강기능식품법'이 발효될 만큼 기존 '보약'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특히 2003년 비타민 열풍에 이어 지난해 불어닥친 글루코사민 바람으로 건강식품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견인하는 데에는 2002년 말부터 일었던 '웰빙'트렌드가 가장 큰 동력원이었다. 물론 건기식품법 발효 이후 새로운 사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관련 기업들이 지난해 일부 도태되는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이 시련이 오히려 업계 구도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건기식품 시장은 20003년 1조7000억원 규모에서 작년에 1조5000억원대로 위축됐지만 올해는 2조원 이상 규모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영양과잉시대에 건강증진 효과가 기대되는 양질의 건강기능식품을 골라먹겠다는 '웰빙'욕구를 타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십상인 필수 희소 영양소를 천연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보충해줘야 한다는 영양전문가들의 꾸준한 설득이 소비자들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전문화되고 건기식품으로 인정받은 제품군들이 늘고 있는 것도 시장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공전(公典)에 수록되고 있는 품목은 32개에서 지난 5월 37개로 늘었고 특정 회사,특정 성분에 대해 심사를 거쳐 별도의 기능·효과를 인정해주는 개별 인정형 제품도 2003년 말 이후 현재까지 14개 품목이 등록된데 이어 올해에는 30여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주먹구구식 경영과 구전 마케팅으로 제품경쟁력을 유지해온 업체들이 꾸준한 연구개발노력과 학술 마케팅에 나선 결과다.


건강기능식품을 등한시하던 의사 한의사 약사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점과 외국 대형 브랜드의 국내 상륙도 성장요인 중 하나다.


건기식품의 주된 유통경로가 기존 네트워크마케팅 방문판매에서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어 앞으로는 병원 약국으로 다양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의료계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원의들의 95.6%가 앞으로 건기식품을 취급하겠다는 의향을 밝혔고 그 이유로 치료시 필요하다(40.4%),경영상 도움이 된다(32.1%)는 답변을 제시했다.


외국계 업체로는 최근 동원F&B의 GNC, GS리테일의 GS왓슨스,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가 건강기능식품 유통에 신규 참여했다.


이에 대해 기존 업계도 나름의 사업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계 네트워크마케팅 업체인 한국암웨이와 엔에스이코리아(파마넥스) 등은 신규 성분 제품의 지속적인 출시와 기존 판매망 확대를 통해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방판업체인 이롬은 브랜드 고급화와 생식제품 활성화를 내걸고 있고 남양알로에는 온라인 마케팅 강화,태평양은 뷰티 푸드제품 전문화,풀무원은 '그린체'브랜드 구축,알로에마임은 화장품 분야 확대 등을 통해 시장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형 종합식품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한 CJ의 'CJ뉴트라'와 롯데제과의 '헬스원'은 전문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구축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품목별로는 홍삼 글루코사민 기능성유산균 클로렐라 스피루리나 버섯류 석류추출물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망제품으로 손꼽힌다. 최근 신규 건기식품 성분으로 등재된 녹차추출물, 홍국제품, 식물성스테롤, 코큐텐(CoQ-10) 등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제 성숙기 초입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영세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과 저가 저질원료 사용 증가 △수입제품 통관심사 및 생산업체의 자가품질검사 부실 우려 △제품 효능의 과당광고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면 원료의 제조기법·첨가량·배합비율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적용으로 업체가 유효 성분을 자율적으로 첨가할수 없거나 신규 성분의 등록절차 및 비용이 까다로운 점은 정부 당국이 풀어야 할 규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