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학 경제학 교실이 바뀐다 .. 마르크스 대신 케인스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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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의 경제학 교실이 바뀌고 있다.
마르크스와 마오쩌둥(毛澤東) 등 공산주의 경제이론이 빠져 나간 자리를 애담 스미스 케인즈 등 서방 자본주의 경제이론이 채우고 있다.
교단에는 해외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젊은 교수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 대학의 이같은 변화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후 빠르게 시장경제 체제로 바뀌고 있는 중국의 '탈(脫)계획,친(親)시장'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교과목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 경제학을 주도했던 계획경제 이론 대신 시장경제 관련 학문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금융 무역 경영학 등의 분야에서는 이론보다는 현실을 중시한 실용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달에 상하이 푸단(復旦)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톈위(田宇)군의 성적증명서는 중국 대학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그가 대학 4년 동안 딴 학점은 모두 140학점. 전공 관련 95학점 중 대부분은 서방 경제학 과목에서 땄다.
그는 "자본론 중국경제사 사회실천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방 경제학 교과서로 배웠다"며 "순수 마르크스 경제학 이론을 배운 것은 1학년 때 배운 '정치경제학'과 3학년 때 배운 자본론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제 마르크스 이론은 교수도,학생도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톈위의 설명이다. 특히 학생들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영어를 배우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학 교실 개혁의 주체는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른바 '해귀(海歸)파' 교수들이다. 이들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주로 공부했던 기존 노교수들을 밀어내고 경제학 교실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경제학자인 린이푸(林毅夫) 교수가 이끌고 있는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소의 경우 교수 27명 전원이 '해귀파'다. 명문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에는 56명의 해외 유학파 교수가 서방 경제·경영학을 전파하느라 바쁘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소의 하이원(海聞) 부소장은 "공산주의 경제학 이론으로 중국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서방 경제학 이론으로 무장한 젊은 해외 유학파 교수들이 중국 경제학계의 주류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 등 해외 대학에서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은 1000명이 넘는다"며 "해외에서 데려올 서방 경제학 인재는 넉넉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으로 이름 높은 베이징의 런민대 재정금융학과는 최근 미국 예일대학과 공동으로 대학원에 금융학연구과정을 개설했다. 이 연구반 교수의 절반 이상을 해외 대학에서 스카우트했다. 학과 교수 16명 중 9명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영입해 왔고,5명은 해외 유학파를 임용했다.
"중국 대학의 기존 경제학 과정은 서방의 연구모델을 응용,중국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런민대 재정금융학과는 분석틀 그 자체를 개발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학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성장하자는 차원입니다." 런민대 재정금융학과 학과장인 량징(梁晶) 교수의 설명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