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노트북 후진국'인가. PC 보급 대수에서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일본의 절반도 안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보다도 낮다. 상대적으로 노트북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데스크톱에 이어 노트북에서도 '가격파괴'바람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IDC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트북 비중(데스크톱과 노트북을 더한 PC 판매 대수에서 노트북이 점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에 처음으로 20% 선을 넘어섰다. 이 기간에 팔린 PC 102만5400여대 중 노트북이 23만9000여대로 23.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49.5%)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고 아·태 지역 평균(29.6%)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노트북 비중이 11.2%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8.3%로 급등,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커런트 어낼러시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노트북 판매 비중이 53.3%를 기록,처음으로 데스크톱을 추월했다. 한국에서 핵심디지털기기의 하나인 노트북 비중이 이처럼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노트북의 가격 메리트가 작다는 얘기다. 프라이스워치(www.pricewatch.com)나 시넷(shopper.cnet.com) 등 외국의 유명 인터넷몰에 들어가 보면 똑같은 브랜드,비슷한 규격의 노트북이 국내 인터넷몰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정세희 팀장은 "외국에선 인텔의 모바일 플랫폼 '센트리노' 기반의 노트북도 80만원이면 살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한 단계 낮은 인텔 '셀러론M'이나 AMD '셈프론'급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노트북도 100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다"며 "아직도 노트북 가격에 거품이 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트북이 대중화되려면 고등학생,대학생도 부담 없이 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외국 동향을 감안하면 150만원대 제품이 100만원 선으로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PC방 문화가 발달된 것도 노트북 비중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PC를 사려는 주 목적의 하나가 온라인게임이다 보니 PC방을 이용하거나 PC를 구매하더라도 3차원(3D) 게임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고성능 저가격 데스크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김진군 델인터내셔널 사장은 "젊은이들은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처럼 노트북도 한 대씩 갖고 싶어 하지만 성능에 비해 값이 비싸 주저한다"며 "올 하반기 중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을 한국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