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편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줄 알고 편입 준비를 할까 고민했어요.


이것 저것 알아보던 중 의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의사가 될 수 있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거다'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오는 8월 실시되는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격 시험(MEET)을 준비하고 있는 유자영씨(25·사진)는 대학 4학년 때 뒤늦게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동국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녀는 단순한 호구지책이 아닌 천직으로서의 직업을 갖기 원했는데 여러 직업 중 의사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처음 의사가 되겠다고 주변에 얘기하자 말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는 대학이 별로 없었던 데다 1년 이상 고시생 생활,비싼 대학원 등록금 등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꼭 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수험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유씨가 처음 매달린 공부는 영어.앉으나 서나 영어 학습에 몰두한 지 6개월.결국 대학원이 요구하는 토플 점수보다 30점 이상 높은 250점을 땄다.


MEET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전공인 화학과 유기화학은 비교적 쉬웠지만 분량이 많은 생물과 난해하기 짝이 없는 물리가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운 물리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벽'을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학원 강의를 듣고 그날 배운 것은 어떻게든 그날 소화하려고 애썼어요.


아둥바둥 6개월쯤 공부하다 보니 감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시험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유씨는 "항상"이라고 말하고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 때면 항상 힘들어요.


벌써 직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에게서 직장 얘기를 들을 때도 심란해지고요.


감정 기복을 다스리는 일이 어떻게 보면 공부 요령보다 더 중요한 듯싶습니다."


유씨는 '후학'들을 위해 '한마디' 충고를 했다.


"문과 전공자는 영어와 언어추론에,생물 화학 등 이과 전공자는 전공과목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누구나 해볼 만합니다."


'삼순이'(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경고도 잊지 않았다.


'양다리'를 걸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


"취업과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시험 양쪽을 같이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지난해 시험에서 이런 친구들은 100% 떨어졌어요.


배수의 진을 치고 최소 1년가량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만큼 꼭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만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