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의 저임금 메리트는 더 이상 없다."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한 섬유업체 법인장은 12일 중국의 잇단 최저임금 인상과 현지 근로자들의 각종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두고 이렇게 단언했다. 함정오 KOTRA 광저우무역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섬유처럼 노동집약적인 업종은 중국 연안지역에선 이미 사양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저임금만을 겨냥한 중국 진출 전략은 한계에 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도 외국기업 우대 차원에서 묵인해 왔던 사회보험 미가입 등 각종 관행에 대해 최근 들어 제동을 거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광둥성 소재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도 이제 기술력 없이 낮은 인건비에만 의존하는 외국 기업은 도태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외국기업 노무관리 강화 중국 당국은 최근 근로자 보호를 들어 외국 기업의 잔업수당이나 사회보험 가입 등 각종 노무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적용도 원칙대로 하는 추세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는 지방정부도 늘고 있다. 광둥성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E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기준에 숙식비 등을 넣어서 계산해 왔는데 지방정부에서 이를 빼도록 해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기 힘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광저우 시는 지난해 말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서 비현금성 복리비는 최저임금 산정 때 넣지 말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상하이 시도 7월 최저임금 인상 때 "최저 임금에는 유해 환경에서 작업할 때의 보조금이나 교통비 주택보조비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을 강화했다. 외국 기업의 불법 사례를 찾아내 수수료를 챙기는 중국인 변호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황규주 중소기업진흥공단 중국사무소장은 "칭다오 시에서는 외국기업의 불법 노무관리를 문제삼아 근로자를 설득해 소송을 제키토록 유도하는 변호사들까지 있다"고 전했다. ◆대책마련 시급 신형근 주 칭다오 한국총영사는 "지방정부에 새 노무관리 규정을 시행할 때 충분한 예고 기간을 갖고 적극 홍보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지법을 지키는 건 외국 기업에도 의무"라고 지적했다. 달라지는 노무관리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맺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운데 중국보다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의 이전을 대안으로 검토할 때가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무관리 전담 요원의 확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용인대가 중국 진출 한국 기업 300여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무관리 전담요원을 평균 근로자 100명당 1명 두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대만이나 싱가포르 기업의 100명당 12명에 크게 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