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가자] (12) 포뮬원 어떻게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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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을 추구하는 전략에 따라 분류하면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경영학에선 이를 전략집단(strategic group)이라고 부른다. 호텔산업의 경우는 별 하나, 별 두개 짜리 호텔 등의 전략집단이 있다. 동일한 전략집단에 속한 기업들은 대부분 그 집단 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별 두개 짜리 호텔은 깨끗한 라운지와 식당 등으로 승부를 건다. 별 한개 짜리 염가호텔들은 그보다 몇 단계 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갖고 경쟁한다.
기업들은 전략집단 안에서 경쟁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엄청난 이익을 안겨줄 새 시장 창출 기회는 전략집단 밖을 둘러 볼 때 찾을 수 있다. 전략집단들 간의 장점을 결합할 때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왜 소비자들이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옮기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별 두개 짜리 호텔을 선호하는 투숙객들은 깨끗한 침실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별 한개 짜리 호텔을 찾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선호 이유로 든다.
아코르는 소비자들이 두 전략집단 간을 오가는 이유에 주목해 두 제품군의 장점만을 결합한 호텔 '포뮬원'을 선보였다. 별두개호텔의 장점인 깨끗한 침실에 염가호텔의 낮은 가격을 합친 새로운 개념의 호텔을 만든 것이다. 아코르그룹은 포뮬원 체인을 기획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인 '낮은 가격에 만족스런 잠자리'에만 집중하고 기타 부분은 과감히 줄이거나 제거했다.
우선 식당과 라운지를 없앴다. 자동접수 시스템으로 접수원들을 최소화했으며 방의 크기를 줄이고 침대와 꼭 필요한 필수품만 갖췄다. 문구류나 책상, 장식 등은 제거했다. 대신 침대의 질이나 청결도, 방음효과를 강화했다. 아코르는 이를 통해 객실당 제조원가를 반으로 줄였으며 매출액 대비 35%까지 올랐던 인건비를 20∼23%로 낮췄다.
포뮬원은 염가호텔의 기존 고객 대다수를 흡수했을 뿐 아니라 전에는 트럭서 잠을 잤던 운전기사에서부터 몇 시간의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 등 호텔을 잘 이용하지 않던 비고객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포뮬원의 시장점유율은 2위권 5개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보다도 커졌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