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웰빙시대'에 지리산과 동의보감의 고장 인 경남 산청으로 `전통 웰빙' 체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의학의 거두이자 신의(神醫)로 불리는 허준의 스승 류의태가 태어난 산청에는 이미 잘 알려진 지리산 약초 한방축제 외에도 황토 참숯 가마 찜질 등 고유의 웰빙을 경험할 만한 것들이 많다. 산청군청(www.sancheong.ne.kr)이 내세우는 토속 웰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숯가마 찜질과 황토손 대진고속도로 단성IC에서 지리산쪽으로 향하다가 산청 단성면 길리에 이르면 참나무 숯 공장 2개가 있다. 산비탈에 자리잡은 숯 공장은 숯만 구워내는 곳이 아니라 숯 가마에서 그야말로 천연 원적외선 찜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일반 찜질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한 여름에도 화염이 이글거리는 아궁이 앞에 찜질복을 입고 인천과 진주 등 각지에서 몰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지리산 참숯굴 찜질방'(☎055-974-0117,0119). 최고 1천500도의 고온으로 참나무 숯을 구운 뒤 하루 정도를 식힌 가마 안에서 찜질을 하던 사람들이 숯 꺼내는 가마 아궁이 앞에 모여 숯불을 직접 쬐려는 것. 각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8개의 가마는 `저온', `중온', `고온'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고 수시로 `찜질객'이 들락날락한다.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고 관절염, 당뇨, 시력 회복에도 신통하다는 것이 현지를 찾은 사람들의 `증언'이다. 경남 진주에서 온 정해남(62.여)씨는 "1주일에 한, 두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면서 "1년 정도 했는데 숯불을 쬐니까 시력이 좋아져 돋보기도 벗었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서울에 비하면 아주 싸다. 수건을 가지고 오면 2천원에 입장할수 있다. 숯 가마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모은 목초액을 바르면 무좀과 아토피에 효능이 있단다. 500㎖에 5천원. 2인용에 50만원가량 하는 숯메트는 주문 제작하고 숯베게도 판매한다. 숯은 강원도에서 가져온다. 주차 시설은 넉넉한 편. 바로 위쪽에는 `청정 참숯굴 찜질방'(☎055-974-1019)이 있는데 입장료가 1천원 더 비싼 3천원이지만 대중 목욕탕을 겸비하고 있다. 숯 가마는 10개. 냉장고 야채실 신선도 유지와, 세재 대용, 공기 정화, 방충에 두루 이용할 수 있다는 생활용 참숯을 박스로 구입할 수 있다. 숯가마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황토손'을 구입해 `황토 원적외선'을 체험해보는 것도 권장할만 하다. `황토손'은 황토를 기왓장처럼 구워 만든 것. 황토손을 가스레인지 불로 2분간 데워 발바닥이나 허리, 다리, 복부 등을 찜질하면 관절통, 근육통 등의 완화와 변비 해결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성철스님의 생가가 있는 단성면 묵곡리에 위치한 운월 황토손(☎055-973-2009)을 찾아가면 된다. 황토손 1장에 2만원. ◇ 홍화와 한약방 참숯 원적외선을 경험했다면 출출한 배를 산청의 특산품인 홍화(紅花) 음식으로 달래보자. 대진고속도로 산청IC에서 진주방면 3번 국도를 타고 10분가 가다 보면 신안면 홍화원휴게소 내에 `화홍'(☎055-973-9556)이라는 식당이 있다. 새벽 이슬에 젖은 꽃을 따서 말린 홍화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짓고, 홍화 새싹과 갖은 야채를 함께 넣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 홍화비빔밥이 입 안에서 와삭와삭 씹히는 느낌이 이채롭다. 홍화비빔밥은 5천원, 홍화물을 우려내고 밀가루를 반죽한 홍화 칼국수는 4천원. 학명 `잇꽃'으로 국화과의 식물인 홍화는 예로부터 한방에서 부인병과 복통에 이용해왔다. 또 홍화씨는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화씨환은 산청읍내 강한약방(☎055-973-0042)에서 구할 수 있다. 이집트의 미라에 감은 천도 홍화에서 나온 색소로 염색했다고 한다. 이제 한방의 고장답게 용하다는 산청의 명의를 찾아가보자. 산청군청이 소개한 한약방은 산청읍내 동양당한약방(☎055-973-2063)이었다. 평일에도 3-4시간을 기다려야 진맥을 할 수 있다는 곳.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맥을 하자 김태훈 원장은 "기관지가 안 좋고, 위염이 좀 있네..., 디스크 질환이 올 수 있고, 왼쪽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요"라고 꼬집었다. 손목에 손을 대자마자 족집게처럼 이상이 있는 몸의 기관을 알아맞히는 데는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약 1재에 6만 원선이다. ◇ 전통 된장 다른 맛과 섞여도 자기 맛을 잃지 않는 단심(丹心),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는 항심(恒心) 등 다섯 가지 덕을 가진 것이 된장이라 한다. 시천면 신천리 산청 양수발전소 맞은편 삼당마을 제법 높은 곳에 100% 우리 콩만을 고집해 전통 재래 된장과 청국장, 간장 등을 만드는 오덕원(☎055-972-9366, www.5duk.co.kr)이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방방곡곡을 20여년간 쫓아다니며 된장 제조 비법을 전수받은 김애자(50)씨가 청정 1급수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찾아 자리를 잡은 곳. 승용차로도 올라가기 다소 벅찬 높은 곳에 대형 항아리 수십 개가 줄지어 지리산 정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장면은 오덕원의 고집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전통 된장과 청국장은 1㎏에 각 1만5천원이고, 간장은 1ℓ에 9천500원이다. 김애자씨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들보다 많이 비싸지만 제값을 한다"고 자부했다. ◇ 교통과 숙박 승용차로 서울에서 산청을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대진고속도로로 빠져 산청IC로 나오면 된다. 3시간30분 소요. 대구에서 출발한다면 88고속도로에서 함양IC로 나와 대진고속도로를 이용, 1시간30분만에 도착할 수 있고, 부산에서 오면 남해고속도로를 이용, 2시간만에 올 수 있다. 서울역에서 KTX(고속열차)를 타면 대전에서 내리면 된다. 대전역에서 1시간20분 정도면 산청에 도착하는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렌트를 하는 것이 편하다. 고속버스는 서울, 수원, 성남, 인천, 대전, 광주, 동대구 등지에서 진주행을 타면 된다. 진주 시내에서 산청까지는 30분 가량 걸린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귀에 따가울 정도의 시원한 물소리가 펼쳐지는 숙박 장소로 시천면 중산리 중산계곡에 있는 지리산계곡모텔(☎055-972-1441)을 추천할 만하다. 지리산 토속 음식도 판매하는 이 모텔은 바로 밑에서 발을 걷어붙이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산청의 200년 안팎 된 고가가 모여있는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055-973-6052)은 전통 가옥 민박을 하는 곳. 지리산 장당계곡 등 때묻지 않은 계곡을 함께 둘러보려면 산청군청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숙소 중 한 군데를 선택해도 된다. (산청=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