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은 매년 여름 휴가를 집에서 가족과 보낸다.
올해도 휴가기간 중에 경영서적을 읽거나 하반기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조용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이 기간에 구 회장은 가을께 전체 LG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글로벌 CEO전략회의'의 경영화두를 구상하는 등 향후 그룹의 핵심비전을 다듬는 데 주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게 LG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에는 여름휴가를 끝내고 열린 전략회의에서 '핵심인재 확보'를 경영의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올해는 유가 및 환율 불안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더욱 남다른 여름 경영전략 구상기간이 될 전망이다.
◆전자ㆍ화학 중심으로 글로벌 재도약
구 회장은 올 초 계열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LG그룹을 전자 화학 중심의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재도약시키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의 미래전략과 주요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고 '차별화'와 '승부근성'을 강조하는 등 '일등 LG'실현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상반기 중 국내 생산 및 연구현장 9곳을 방문한데 이어 미국 CES 참관,멕시코법인 방문,러시아 전략회의 등 예년보다 더욱 왕성한 글로벌 경영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7일에는 휴가를 앞두고 중앙아시아지역의 거점인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전격,방문하는 등 CIS(독립국가연합)지역에도 남다른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4번의 해외 현장 방문 중 2번이 CIS지역에 집중될 정도다.
구 회장의 카자흐스탄 방문은 현지에서 LG 제품이 국민브랜드로 성장하는 등 CIS지역이 시장에너지가 떨어져가고 있는 중국 대체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향후 시장확대를 위한 전략회의 성격이 짙다.
또 자원부국들로 이뤄진 중앙아시아를 향후 민간기업끼리의 자원개발 경쟁에 대비한 주요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번 해외 현장방문 시 LG의 자원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LG상사 금병주 사장이 CEO급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 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올초 LG의 경영이념을 담은 'LG웨이'를 선포하고 강한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갈 것을 당부하는 등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LG가 첨단과 고급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일등을 할 수 있는 사업과 제품에만 LG 브랜드를 사용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브랜드 고급화에 정성을 쏟고 있다.
◆하반기는 LG 대표 사업 전략 수립
구 회장은 하반기에도 CEO들과 함께 LG의 승부ㆍ주력사업 전략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평소 "무한경쟁 시대에 진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등제품이 아니면 안된다", "우리 사업 중에 10년,20년 후를 이끌어갈 유망사업이 여럿 있는데 이 사업들을 제대로 키워 명실상부한 LG의 대표사업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일등LG'를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사업전략의 수립 및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사고의 폭을 넓혀 현재의 고객뿐 아니라 미래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신 경영전략을 주문할 계획이다.
또 최근 전 그룹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을 통한 경쟁자가 없는 신사업 및 고부가가치 영역의 발굴도 지속적으로 주문할 것이라고 LG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