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에 이어 병원노조에 대한 직권중재 결정으로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의 투쟁 수위 높이기에 정부가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자 노동계가 다시 격분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위 높은 정치투쟁 `장군'에 직권중재 `멍군'= 노동계와 정부가 번갈아 가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한국노총은 7일 오전 8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서 1만7천명(경찰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7ㆍ7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이라는 목표를 위한 직격탄으로 간주됐으며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강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병원노조)의 노동쟁의를 직권중재에 회부키로 결정하는 `예상 밖'의 강수를 두었다. 중노위는 "조정기간을 연장해 합의 타결을 설득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파업을 예고해 부득이 직권중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으나 노동계는 정부의 의도적인 초강경 대응으로 보고 대정부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균형잃은 강경대응에 `당혹'ㆍ`격분'= 노동계는 정부의 강경대응에 격분하고 있다. 이번 병원노조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도 정부의 `노조 탄압'이나 `노동계 죽이기' 등 차원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해 6월 장기파업을 벌인 병원노조에 대해 정부가 노사 자율교섭에 의한 타결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직권중재를 보류했으나 올해 병원노조는 하루 경고파업을 예고했을 뿐인데 더 큰 철퇴를 맞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신홍 중노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직권중재가 개선돼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실정법으로 있기 때문에 법을 집행하기 위해 직권중재를 결정했다"며 `야릇한' 여운을 남기자 노동계는 `외압설'을 주장하고 있다. 신 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정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더 이상 밀리면 큰 일'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노동부 장관이나 그 이상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중노위 직권중재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중노위 자체적인 결정이라기 보다 장관 이상 차원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안 쌓였는데 노정관계는 파국조짐= 노사간은 물론 노정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노동현안들이 쌓인 가운데 노정관계가 파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나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법 처리 무산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은 논의조차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노동계의 고강도 투쟁과 정부의 강경대응이 사회적 대화를 더욱 위축시키고 상호 갈등만 한껏 고조시켜 현안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빠른 투쟁 수위 높이기에 비해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속도조절'을 해오던 민주노총의 행보도 강경대응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날 민주노총 산하 병원노조와 금속노조의 파업과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중노위 위원장에게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를 하면 마지막 남은 사회조정력까지 다 잃어버린다고 강조했는데도 중노위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미 노정관계는 없어졌으며 민주노총 차원의 대응책을 내부 논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