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하나로 '사활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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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할인점 신세계 이마트와 '농산물 유통의 메카' 농협 하나로클럽 사이의 공방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두 할인점은 서울 양재와 은평에서 상대의 간판격 점포 옆에 대항점포를 내 불꽃 튀는 가격·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승부를 점치기는 힘들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주요 생활용품의 가격은 두 곳 모두 소폭 하락했다.
◆서울 양재지역
공방의 시작은 이마트가 촉발한 '양재대전'.지난 2월 이마트가 양재점을 새로 내면서 500m 떨어진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곧바로 매출이 20% 급감했다.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큰소리치던 하나로클럽의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진 것.
이마트는 출점 초기부터 하나로클럽을 의식,이마트 물류센터에 반입되는 농산물 중 최상품만 양재점에 들여왔다.
지난 3월에는 한 고객이 '오이의 선도가 떨어진다'고 항의하자 점장이 직접 사과하고,전량을 물류센터로 돌려보내 하루종일 오이 매대가 텅 빈 일도 있었다.
이런 '깐깐한' 매장 운영이 눈 높은 강남 고객들에게 먹혀들어 이마트 양재점은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평일 매출 4억원을 올리는 알짜 점포가 됐다.
박은장 이마트 양재점장은 "틈만 나면 아파트 부녀회 등 주부들을 초청해 신선식품 창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도 이에 질세라 100억원을 들여 새단장 공사를 마무리짓는 대로 본격적인 반격에 들어갈 태세다.
강인환 농협유통 전략마케팅팀장은 "그동안 신선식품이 매장 전체의 80%를 차지했지만 공산품 매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원스톱 쇼핑 매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로클럽은 '패션'쪽을 강화할 카드도 준비 중이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철 지난 고가 브랜드의 옷들을 싸게 살 수 있는 특설매장을 설치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넓은 매장과 주차공간에 가공식품 패션의류 등 공산품 영역의 약점을 보완하게 되는 셈이다.
◆은평지역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 주변에 하나로클럽 은평점이 들어서면서 이마트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나로클럽 은평점은 지하철 6호선 응암역 근처에 위치한 이마트 은평점과는 1.6km 떨어져 있다.
오픈 행사에 이어 지난 1일부터는 '고객성원 감사대축제'를 벌이고 있다.
매장 조명도 밝게 하고 매대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165cm로 설계했다.
박종준 점장은 "개장 후 1주일간 하루 평균 매출이 2억원 가까이 되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농수산물을 더욱 특화하고 공산품을 보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은평점은 하나로클럽 은평점 개장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가격할인전을 펴고 있다.
특히 하나로클럽 주변 지역에 전단을 집중 배포했다.
군만두 식용유 등 20여개 품목에 대해서는 비가 오면 가격을 더 내려주는 '장마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김문종 점장은 "1200평인 하나로 은평점과 3600평인 이마트 은평점은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불광·대조동에서 고객 누수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차기현·안정락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