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6일부터 개최되는 G8(선진 7개국 + 러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최국인 영국의 음식을 혹평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BBC 등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은 3일 발트해 휴양지인 스베트로고르스크에서 열린 러.독.불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혹평하면서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험담을 했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시라크 대통령의 `뼈 있는 농담'에 폭소를 터뜨리며 동조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유럽연합(EU) 헌법, 예산안, 공동농업정책, 이라크 전쟁, 올림픽 유치 등 주요 현안에서 사사건건 프랑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영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라크 대통령은 작심이라도 한 듯 "영국이 유럽 농업에 기여한 것은 광우병뿐이다. 핀란드 다음으로 영국이 음식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영국의 조지 로버트슨 경이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을 억지로 맛보게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때부터 프랑스와 나토의 불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시라크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오는 6일 스코틀랜드 골프 휴양지 글렌이글스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의 만찬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BBC는 프랑스 언론 보도를 인용해 "스코틀랜드 음식 재료를 주로 이용해 마련될 여왕 주최 만찬을 앞두고 시라크 대통령이 영국 요리를 폄하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맞장구를 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에 붙었다 유럽에 붙었다하면서 실리만을 챙기고 있는 영국에 대한 시라크 대통령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정크 푸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의 햄버거에 대한 견해를 말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라크 대통령은 "아무리 그래도 햄버거가 영국 음식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해 영국 음식에 이중의 모욕을 안겼다. 시라크 대통령은 2년전 시사주간지 타임과 회견에서 "1953년 하버드 대학에서 여름을 보낸 뒤 미국을 사랑하게 됐다"며 "그 때부터 `정크 푸드'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아프리카 지원 확대, 지구온난화 문제 등에서 유럽과 대립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최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회견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요리인 `해기스'(양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 비슷한 요리)를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