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동시에 "달러!달러!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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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개장 전부터 이미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를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달러 강세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해외 투자은행 등 역외세력들의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달러 확보가 급한 정유사 등 국내 수입업체들도 거들었다.
원화 환율은 오전 내내 상승,한때 1044원60전까지 치솟는 등 6개월 만에 가뿐히 1040원대로 올라섰다.
◆고유가 완충장치 사라진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환율 급락세가 국내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됐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글로벌 달러 약세에다 위안화 평가절상 불확실성까지 겹쳐 한때 99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헌법 부결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미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자 원·달러 환율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020원 선을 넘어선 데 이어 4일에는 1040원 선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한국 경제에 득이 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인식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향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연초만 해도 올해 평균 환율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수출 기업들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상승은 고유가를 동반하고 있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유가가 높은데 환율까지 오르면 원유도입 단가가 더욱 올라가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때도 정부가 다소 느긋할 수 있었던 건 환율 하락이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저성장속 물가상승' 비상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발표한 보고서 '유가·환율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까지 겹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이상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와 환율이 10%씩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각각 0.56%포인트,1.8%포인트씩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재의 고유가와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반면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3%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는 저성장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유가와 고환율 현상이 함께 나타나면서 환율 하락으로 국제 유가 상승에 대응하던 수동적인 거시 정책은 먹혀들지 않게 됐다"며 "한국 경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혁신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들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올해 기대했던 내수경기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과 내수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성장잠재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