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턴트 이발소 일본 'QB하우스' ]


'단지 깎기만 하세요(Just Cut)'란 광고문구가 인상적인 일본 도쿄 유라쿠초 전철역의 '큐비(QB)하우스' 이발소. 가게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이발소와 달리 수도 시설이나 두툼한 수건을 찾아볼 수 없다.


이발소가 분명하지만 머리를 감거나 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신 문 입구에 자동판매기가 설치돼 있어,고객들은 1000엔(약 1만원)짜리 지폐를 넣고 이발권을 뽑아 단 10분 만에 이발을 끝내고 나온다.


이 곳을 찾은 아키모토씨는 "밖에서 조금 기다리는 불편함은 있지만 값이 싼 데다 한 시간이 걸리는 다른 이발소와는 달리 10분 만에 이발을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는 머리 손질도 상당한 부담이다.


고급 이발소의 경우 요금이 1만엔을 웃돌고 웬만한 이발소도 3000~4000엔은 줘야 한다. 하지만 큐비하우스는 이발 가격을 단돈 1000엔으로 낮췄다. '인스턴트 이발소'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건비나 건물 임대료 모두 엄청나게 비싸지만 큐비하우스는 원가를 대폭 낮추고 이발 시간을 단축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큐비하우스는 우선 이발 전 과정에 철저히 규격화된 시스템을 도입,원가를 줄였다.


샴프나 면도기를 사용하지 않아 면도사가 필요 없고,뜨거운 물을 쓸 일도 없어 다른 이발소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이발이 끝나면 자체 제작한 진공 머리카락 흡입기로 잘린 머리카락이 빨려들어간다. 머리를 감는 것보다야 시원하지 않지만 집에 들어갈 때까지는 그런대로 견딜 만한 수준이다. 머리카락 흡입이 끝나면 이발사는 30초 만에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쓸어담는다. 이어 대기 중인 손님이 곧 바로 자리에 앉는다. 다른 이발소에서는 이발사가 한 시간에 3000~4000엔의 매출을 올리지만 이곳은 6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최대 6000엔의 매출이 가능하다.


큐비하우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자동판매기의 발권 상황은 온라인으로 본사 전산망에 즉시 전달되고 대기 의자에도 센서가 달려 있어 대기자 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이발 의자에도 센서가 있어 이발사별 실적이나 매출이 집계된다. 이발소 밖에는 빨강,노랑,초록색 등이 달려있다. 빨간색이 켜져 있으면 10여분은 기다려야 하고,노란색은 10분 내에,초록색은 지금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다.


이발을 싼 가격에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큐비하우스의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이·미용업계가 제시한 현황을 보면 재래식 기존 점포들은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지만 큐비하우스 점포는 지난 1년간 75개 늘어나 300개에 달했다. 매출도 지난해 27억5000만엔(약 275억원)으로 전년보다 40%가량 늘었고,경상이익도 30% 이상 증가했다. 고객 수도 급증했다.


1호 매장이 설치됐던 지난 1996년 이용객 수가 5만7000명이었지만 지난해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큐비하우스는 현재 시범으로 싱가포르 홍콩 태국에서 1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13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포함,모두 1000개로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설립자인 고니시 구니요시 회장은 종합상사 출신으로 이발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그러나 이발소에 갈 때마다 한 시간 동안 원하지 않는 서비스까지 받아가며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기다리게 하지 않고 빨리 싼 값에'이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모델을 정한 후 철저한 시장조사와 업무 표준화,관리시스템 설치 등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경쟁자 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