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목표치 조정여부를 결정할 7일 한국은행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통화당국인 한은과 재정경제부에서 엇갈린 신호가 잇따르고 있어 시장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한은이 최근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 등 시장금리가 연일 급등하자,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1일 “금리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한 부총리는 "금리인상을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한은 총재도 금리를 올리지 않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말까지 보탰다.금통위 구성원이 아닌 경제부총리가 이처럼 '월권성(越權性) 단언'을 했는데도 한은측은 "부총리의 개인 생각으로 안다"는 반응일 뿐,예전과 같은 강력한 반발이나 비판 코멘트를 내놓지 않아 그 배경도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고유가 쇼크 등으로 경기회복이 더욱 늦어지게 됐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은이 섣부른 금통위 의사록 공개로 금리인상 기대감을 부추긴 데 대해 정부-한은 차원의 '진화(鎭火)'작업이 시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경부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영향에 대한 해설자료를 내놓으며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금리역전돼도 문제없다" 재경부는 1일 '한·미 간 금리역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이례적인 자료를 배포했다. 연구기관에서나 나옴직한 분석과 전망위주의 자료였다. 재경부는 우선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제 투자자금은 금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리스크 헤지비용 등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금리역전이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시장금리는 여전히 한국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9%,국내 국고채 10년물은 연 4.7%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시장도 큰 걱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국내 채권발행 잔액(5월 말 현재)의 0.6%에 불과해 외국인이 돈을 싸들고 나가더라도 별 무리는 없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시장에서는 "글쎄…" 재경부의 이 같은 설명에 전문가들은 갸우뚱하는 반응이다. 이근영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미국이 지난해 이후 아홉번째 금리를 올려 국내 콜금리 목표치와의 격차가 제로가 됐다"며 "이제는 대외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에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내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국내 채권 현물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국채선물을 통한 파워는 막강하다"며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로 돌아설 경우 현물시장도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5만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3만계약 이상 보유물량을 털어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이미 국채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발을 빼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버'한 경제부총리 이날 한국투자공사(KIC) 출범식에 참석한 한 부총리가 "금리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자,채권시장과 일부 한은 관계자들로부터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7일 금통위를 앞두고 오늘부터 동향보고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건 너무 단정적"이라며 "이는 부총리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도 "정책 당국자들의 일관성없는 행동에 애꿎은 채권시장만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은은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금리인상 기대감을 심어주고 부총리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최근엔 부총리와 재경부 차관의 발언까지 엇갈리는 일마저 벌어져 시장에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